검찰 출석 17시간 조사 받아삼바 분식회계 의혹서 경영권 승계 수사 확대적법한 합병 진행 등 회계 문제 연관성 찾기 힘들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지나 종착역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전현직 경영진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며 사실상 결론만 남게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의혹의 중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뚜렷한 증거나 증언을 찾기 힘들었던 만큼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새벽 1시 30분께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전날 오전 8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지 17시간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지 3년 3개월 만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낸 지 1년 7개월 만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과 삼성바이오의 회계 기준 변경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관여도를 집중 조사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의 지분(23.2%)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고의로 조작한 일이 없는데 검찰은 오히려 여러 '프레임' 씌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가 돌연 그룹 경영권 승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1년 6개월 가까이 수사를 벌여왔지만 혐의를 입증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문제도 시기 등을 고려해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 이사회 결의 시점에 결정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은 2015년 말 결산 시점에 반영됐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와 수십 차례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회계기준에 대한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엘리엇이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제기한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을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가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상장되기 이전 미래가치로 이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기 힘들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는 당시 자본잠식 우려가 없으므로 합병 이후 삼바가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수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번 검찰 소환과는 무관한 사안이지만 검찰 수사 종료 이후 합병 의혹 재판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 및 무노조 경영, 준법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근본적인 변화에 나설 것을 확고히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파격적인 선언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