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007년 이후 첫 100% 넘어서2016년 5조7539억→2019년 13조9511억… 4년만에 '3배' 증가"2차전지 성장성, 탄탄한 석유화학 기반 유동성 확충 충분" 평가도
  •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LG화학의 재무건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더하면서 부채가 4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때문에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11년 만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캐시카우' 석유화학과 성장 중인 전기차 배터리에서의 영업현금흐름으로 강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LG화학의 부채총계는 연결 기준 19조705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4조129억원에 비해 4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가 1.26%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부채비율은 81.4%에서 113%로 악화됐다.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는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LG화학이 부채비율 100%를 넘어선 것이 2007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2016년 1분기 43.9%에서 4년 만에 69.2%p 급증한 것에 대한 우려다. 이 기간 부채는 5조7539억원에서 13조951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도 2조1259억원에서 10조3649억원으로 4배 이상 뛰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16.2%에서 59.5%로 가중됐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커졌다. 2017년 이후 영업실적도 내리막을 걸으면서 2016년 1분기 32.6에 달했던 이자보상배율도 올해 1분기 3.72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국내 신평사들의 연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재무제표가 이미 신평사들이 내건 강등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지난해 말 9.6%까지 하락하면서 기준 선인 11% 아래로 떨어졌다. 차입 부담을 보여주는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3.1배를 기록하면서 신용도 유지를 위한 상한선(3.0배)을 넘겼다.

    LG화학의 국내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AAA~D) 중 두 번째로 높은 'AA+'다. 등급이 떨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AA' 등급으로 내려오게 된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올해 5조원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자금흐름상 과거에 비해 부담감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차입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들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읽고 지난해 말부터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S&P는 지난해 12월 'A-'에서 'BBB+'로, 무디스는 지난 2월 'A3'에서 'Baa1'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무디스의 경우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유완희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상당 규모의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말까지 LG화학의 차입금은 13조5000억~14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2차전지 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이익 증가가 예상됨에도 재무구조가 의미 있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공장. ⓒLG화학
    ▲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공장. ⓒLG화학

    다른 한편에서는 2차 전지의 성장성과 검증된 '캐시카우' 석유화학 부문을 바탕으로 한 현금창출력 제고 및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부담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업황 약세 사이클에서 강점인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부각될 전망이다. 국제유가와 나프타 추가 하락에 따라 다운스트림을 중심으로 확대된 스프레드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저가 나프타가 투입되면서 석유화학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개월가량 원료투입 래깅을 감안하면 원가절감효과는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의 나프타 투입량은 연간 약 70만t으로, t당 100달러의 한 달 래깅효과는 약 84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IPA(손세정제), NB라텍스(의료용 장갑), SAP 등의 호조가 예상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NCC(나프타분해설비)와 다운스트림 제품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경기 불황에도 5~8%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며 "순수 NCC업체가 불황시기에 영업이익률이 2% 남짓까지 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분명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부문 수익성은 하반기로 갈수록 소형 전지 고성장 및 EV(전기차) 배터리 수율 개선으로 추가 개선이 기대된다.

    폴란드 공장의 경우 수율, 회수율, 가동률 개선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테슬라 공장향 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 가동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향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은 전지 공급능력에 비해 수요가 커서 신증설이 타이트하게 진행됐는데, 이번 코로나19 이슈로 오히려 향후 생산성 개선에 대한 물리적 시간이 확보됐다. 또 2분기 이후 원통형 전지 증설 효과 등으로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에너저저장장치(ESS) 관련 일회성 손실 인식에 따른 영향이 해소되는 가운데 EV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 LG화학의 상위권 시장 지위와 풍부한 수주잔고, 원재료 가격 변화를 판가에 반영하는 형태의 납품계약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EV용 전지사업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3565억원으로 지난해 8956억원에 비해 51.4%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는 2조2193억원으로 늘어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이익창출규모 확대에 더해 북경 트윈타워 매각(지분 26%, 약 3800억원 투입) 등을 통한 유동성 확충 등으로 차입 부담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EV 배터리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상황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변화했다"며 "투자기조를 이어가면서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보수적 자금전략 시행 등으로 재무안정성 제고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