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총수 부재’ 기로에예고편부터 후끈… "입증 자신" vs "보고·지시 전혀 없어"금융당국-검찰-법원 판단 엇갈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지 27주년을 맞은 7일 삼성은 하루종일 우울했다. 또다시  ‘총수 부재’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8일이재용 부회장은 114일만에 법원을 찾는다.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구속심사가 예정돼 있다. 만약 또다시 영어의 몸이 되면 우리나라 제1의 기업 삼성은  총체적 경영공백 상태에 접어든다. 

    삼성 뿐마 아니라 재계, 일반 국민 모두의 눈이 법원으로 쏠릴 전망이다.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시작되며 최지성(69) 前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62) 前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함께 심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가 영장심사를 벌인다.

    ◆ 시세조종·분식회계  ‘보고·지시' 여부가 핵심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과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하고 지시했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팀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와 합병이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과 관련해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당초 이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당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하며 시세조종 혐의를 살피며 수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약 3주)을 산정한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또 삼성 측이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이용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검찰도 합병 결의 전후 호재성 공시가 집중된 것과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 자체로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시세조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본잠식 문제가 불거지자,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합병 당시 삼성 측의 주가 방어가 이 부회장을 위한 것이었고,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에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검찰이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구속 정당성 놓고 치열한 공방 예고 

    이번 구속심사에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최재훈(45·35기) 부부장 검사, 의정부지검의 김영철(47·33기) 부장검사 등 검찰 수사팀 대부분이 투입된다.

    이 부회장 측은 ‘특수통’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 변호사 등 1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법률고문인 최재경(58·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은 뒤에서 지원한다.

    검찰은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확보한 객관적인 물증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 전 실장 등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미전실 내부 문건 등이 '스모킹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앞선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을 강조하며,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속의 사유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1년 7개월간 수사로 이미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수집했고,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은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린 만큼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세조종 혐의도 절차상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가 타당한지 객관적 판단을 받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수사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검찰이 마련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도 이번 영장청구가 가뜩이나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물론 경제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