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앞 찾은 20대 청년들 "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1년 6개월 '압수수색 50회, 110여명, 430여회 소환 등 유례 없어객관적 증거 없는 초고강도 수사… 국민, 기업 신뢰에 부작용만 키워
  • "저라면 벌써 이민 갔을 거에요. 그렇지 않아요?"

    지난 9일 오전 2시 20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삼삼오오 모여 기약없는 기다림을 보내던 취재진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법원의 결정이 전달된 순간이었다. 취재진은 10~20분 후면 모습을 드러낼 이 부회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기자 역시 이들 틈에 끼여 명당(?)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살필 때 쯤 낯선 행색을 한 청년 두명이 눈에 들어왔다. 반바지 차림의 가벼운 옷을 걸친 겉모습은 언 뜻 보기에 취재진 같지 않았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그들은 경기도 군포에서 왔다고 했다. 

    이른 새벽 시간에도 불구하고 구치소를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 부회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란다. 때마침 주변에서 "나온다"는 외침이 들렸다. 곧이어 구치소 문이 열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나오자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늦은 시간까지 고생했다"는 짧은 인사로 대신했다. 이어 그는 미리 대기해 있던 차량에 탑승하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청년들은 마치 자기일 마냥 한마디씩 하고 돌아섰다.     

    그들은 "저였다면 답답하고 억울해서 화딱지가 날것 같은데 당사자는 오죽할까요"라며 "법적인 부분은 모르겠지만 왜 삼성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네요.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들의 얘기는 공신력과 발언의 무게를 평가하기 힘든 지극히 개인적 견해에 불과하지만 마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삼성을 향한 검찰의 수사 과정만 놓고 보면 그들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어서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는 지난 1년 6개월간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이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수사다. 검찰 역사에도 남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서는 무리수까지 뒀다. 법률이 정한 구속사유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주거 부정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 3가지다. 이 부회장의 경우 법이 정한 구속사유 가운데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공판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불구속 수사 원칙도 무시했다. 여기에 검찰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여론전까지 펼쳤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부회장 측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는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검찰의 혐의 소명 부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검찰의 수사 부실 방증하는 것이다. 검찰의 '편파수사'와 '수사권 남용' 등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왔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래에 대한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데 이어 과거와 단절까지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삼성에 대해 망신주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건 아닌지 의문이다. 물론 검찰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지만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는 기업이나 국민 신뢰에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