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통해 선정한 15명 위원이 기소여부 판단첨예한 수 싸움 예상 속 '검찰 불복 명분' 우려"2년 전 임명 불구, 때 아닌 공정성 시비 지나쳐""평생 판사로 지낸 인물, 예단 가지고 평가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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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6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여부 적절성을 판단하는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심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의 심의 회피 여부도 관심사다. 양 전 대법관은 질문이나 표결 참여 권한이 없음에도 때 아닌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논란으로 수사심의위 결과와 무관하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명분을 만들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수사심의위 기일을 26일로 정하고 검찰과 삼성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해 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위원들은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검토해 기소 권고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검찰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첨예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이에 벌써부터 치열한 여론전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언론에서 삼성과 양 위원장 사이의 관계가 도마위에 오르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양 위원장이 대법관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에 무죄 판단을 내렸고, 그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다. 

    급기야는 정치권까지 이런 여론에 편승해 사퇴 운운하고 나선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양창수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며 "검찰이 나서서 양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양 위원장이 임명된지 2년이 지난데다 대법관까지 지낸 인물을 대상으로 억측만 가지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검찰청 지침에 의하면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지명하고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각 2년 및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록 하고 있다. 특히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할뿐 질문이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사심의위 판단과 전혀 무관한 셈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 1979년 판사생활을 시작해 6년여간 재직하다가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교수로 학계에서 활동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수시심의위 위원장에는 출범 첫 해인 지난 2018년 4월 임명됐다. 

    양 위원장은 우리 민법이 일본 민법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 만의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민법 분야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민법의 경우 총직, 물권법, 채권법, 친족상속법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데다, 그 법리 또한 사항별로 다르기 때문에 그 어떤 법률보다 까다롭다. 법리에 있어서는 깐깐하고 치밀하고 논리적이어서 '법리에 통달한 대학자'로 불릴 정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관의 양심과 독립성에 따라 별개 의견을 낸 것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할 이유는 없다"며 "평생을 판사로 지낸 인물을 쓸데없는 예단을 가지고 평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심의위 위원장 임기도 정해져 있는데 사건마다 새로 위원장을 변경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양 위원장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논란이 검찰의 수사심의위 결과 불복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만약 불기소 결론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공정성은 물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또한 수사심의위는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고자 시작한 검찰 개혁 중 하나인데 결과를 달리 행동할 경우 검찰 스스로 정당성을 부정하게 된다. 기존에 8번 열린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향후 주요 불복 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검찰에서 위원장을 임명한 것을 이제와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그렇고, 무리하게 엮다보니 무리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