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전자담배 출시… 궐련형부터 액상, 하이브리드까지 연초 담배, 유해성으로 사업 확장 한계… 흡연인구 감소 중연초 대비 전자담배의 유해성 감소 입증이 과제로 남아
  • ▲ 아이코스3 멀티.ⓒ한국필립모리스
    ▲ 아이코스3 멀티.ⓒ한국필립모리스
    담배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이 된 것. 그러나 여전히 담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세수 중 하나고 또 수천년 간 이어져 온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담배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 제조사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그리는 담배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연초담배 산업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한 담배 제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담배산업은 최근 몇 년간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는 업종 중 하나다. 전통적인 연초담배만 제조, 판매해오던 담배회사가 전자담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이유와 배경은 다양하지만 핵심에는 바로 ‘공존’이 자리하고 있다. 유해성을 부정하기 힘든 담배를 보다 덜 해롭게, 더 안전하게 판매해야만 미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 글로벌 담배사, 앞다퉈 전자담배 경쟁 중

    24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담배 브랜드 사이에선 앞다퉈 전자담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담배와 유사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있는가 하면 액상 니코틴이 들어가는 액상 전자담배가 있고 이 두가지 형태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전자담배도 있다. 

    현재 전자담배 시장은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시장은 국내 이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자담배 제품이 연초 담배와 경쟁하며 출시됐다. 

    담배회사 중 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한국필립모리스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전자담배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는 ‘담배연기 없는 미래(Smoke-free Future)’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필립모리스는 기존 연초형 담배의 판매에도 소극적일 정도다. 신제품의 출시 빈도와 마케팅도 크게 줄었다. ‘아이코스’가 담배연기 없는 미래의 대안이 되리라는 강한 확신이다.

    BAT코리아 역시 전자담배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BAT코리아는 지난 2017년 글로(glo™)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세대 모델, 하이브리드형 글로센스, 글로 미니 등 총 5개의 전자제품 모델을 출시해왔다. 

    BAT 역시 최근 기업목표로 ‘더 나은 내일을 설계(BUILDING A BETTER TOMORROW)’를 제시한 바 있다.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우면서도 덜 위험한 제품 선택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사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경감하겠다는 뜻이다. 
  • ▲ 릴하이브리드 2.0 ⓒKT&G
    ▲ 릴하이브리드 2.0 ⓒKT&G
    JTI는 지난해 7월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인 ‘플룸테크’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나 BAT코리아처럼 전향적인 전환은 아니지만 전자담배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포부다. 

    KT&G도 전자담배 열풍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곳이다. KT&G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시작으로 이듬해 2세대 제품인 ‘릴 플러스’ 및 ‘릴 미니’를 출시한 바 있다. 또 2018년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뒤 올해 2세대 모델인 ‘릴 하이브리드 2.0’을 새롭게 내놓은 상황. 

    경쟁사인 PMI와 KT&G의 무연 제품을 PMI가 독점적으로 마케팅, 유통, 판매하도록 하는 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전자담배, 낮은 유해성 입증이 과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전자담배는 연초 담배보다 취급도 불편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뿐더러 충전을 필요로 하는 등 다양한 불편함이 있다”며 “그럼에도 소비자가 전자담배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덜 해로운 흡연에 대한 니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담배회사에게 있어 전자담배는 일반 연초 담배보다 더 수익성이 나쁜 사업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앞다퉈 전자담배를 개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중심이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옮겨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흡연인구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해성이 낮고 또 높은 만족도가 뒷받침 돼야만 한다. 

    현재까지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전체 담배 시장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정부 당국은 궐련형 전자담배나 하이브리드 전자담배에 대해 유해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이코스’가 일반담배만큼 유해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한국필립모리스는 이에 대한 반박자료와 함께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 이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전자담배의 출시와 별개로 유해성이 더 낮다고 증명하는 과정 역시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