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뉴질랜드 "유해성 적은 전자담배… 금연 대체재 인정"국내에서 '전자담배의 금연효과' 의견 분분금연 정책… '위해저감정책' 추진 목소리 높아져
-
담배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이 된 것. 그러나 여전히 담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세수 중 하나고 또 수천년 간 이어져 온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담배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 제조사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그리는 담배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전자담배 규제가 강화되는 국내와 달리, 영국·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는 정부가 전자담배의 긍정적 영향을 홍보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의 대체재로 보고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일반 담배 흡연율이 줄어들고, 대체 담배 사용이 늘고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낮은 과세도 흡연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영국·뉴질랜드 "유해성 적은 전자담배… 금연 대체재 인정"영국은 전자담배를 흡연 대체재로 적극 활용 중인 국가 중 하나다. 니코틴에 중독된 흡연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유해한 담배를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실제로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지난 2018년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95% 안전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2022년까지 전자담배 관련 보고서도 꾸준히 공개할 예정이다. 공중보건국은 지난 2월 ‘금연 정책으로서의 액상 담배 활용방안’, ‘청소년 및 성인의 액상 담배 흡연 습관’ 등의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영국 정부가 진행하는 금연 캠페인에도 어김없이 ‘전자담배’가 등장한다. 금연 캠페인 ‘스위치(SWITCH, 전환)’ 포스터에는 니코틴에 중독됐다면 일반 담배보다는 차라리 덜 유해한 전자담배를 피우도록 권유하고 있다.이러한 금연 정책은 흡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흡연율은 2012년 19.6%에서 2017년 15.1%로 4.5%가량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자담배 사용률은 5.8% 상승했다.뉴질랜드 정부도 전자담배를 대체재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5년까지 흡연율을 5%로 낮춰 ‘Smoke-Free country’(담배 연기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금연 정책을 발표하며 전자담배를 대체재로 권유하고 있다.
- ◆ 국내 금연 정책… ‘위해저감정책’ 추진 목소리도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연 대체재’로 인정되자, 해외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고 있다. 영국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제로 권장되며 일반 궐련에 부과되는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고 20%의 부가가치세만 부과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담배를 위해 물질로 보고 ‘금연’ 정책만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소비를 억제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따라 ‘저감’으로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다.정치권도 이러한 목소리에 합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책공약집’을 통해 안전사회 분야 중 하나로 ‘건강 위해 저감 정책’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이 견지했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향후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 제품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 방향도 예상된다.저감 규제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담뱃세에 대해 차등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영국의회하원과학기술의원회는 지난 2018년 8월, 액상 담배 및 신종 담배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이 담긴 리포트에서 담배 및 담배 관련 제품에 대한 세율을 해당 제품군의 유해성에 따라 차등을 두어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리포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 위원회 권고에 대한 수용 의견을 회신했다. ‘액상 담배는 가장 낮은 세금을 과세해야 하며, 반대로 일반 담배는 가장 높은 세금을 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국내에서도 현실적인 금연 정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유해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세금 부과 방식만으로 금연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지만, 전자담배를 찾는 손길을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이다.해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흡연과 음주로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약 15조9373억원이었다.업계 관계자는 “중독물질의 ‘당장 근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대체물로 전환해 결국 끊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조세 체계, 국제 사례 등을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