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증세 움직임에 업계 ‘반발’형평성·사회적 비용 부담해야 vs 유해성 입증 없어커지는 죄악세 논란… 식약처 발표에 전자담배 운명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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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이 된 것. 그러나 여전히 담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세수 중 하나고 또 수천년 간 이어져 온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담배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 제조사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그리는 담배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액상형 전자담배는 현시점, 담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세금을 인상하는 방향의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담배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이 논란에는 담배에 붙는 세금의 성격이 ‘죄악세(罪惡稅)’라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얼마나 해롭냐가 곧 세금의 증감과 직결된다는 이야기다.24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중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인상이 포함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이 일반 연초 대비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을 열을 가해 기화시켜 흡입하는 형태의 전자담배다. 최근 몇 년간 쥴(JUUL) 등이 출시되면서 담배의 유해성은 덜하고 간편하게 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초를 대체할 수 있는 담배로 주목받아왔다.하지만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증세는 곧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연구용역에서는 증세 결론실제 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달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제세부담금 개편방향 토론회’에서 과세율을 2배 높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방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면 액상형 전자담배(0.7ml기준)에 대한 세금은 현행 1670원에서 3300원으로 인상된다.이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3004원보다 높은 세금으로 일반 담배의 세금(3323원)에 근접하는 수치다.흡연에 있어 동일한 행위를 ‘흡입횟수를 기준으로 한 대체효과’로 볼 때, 조세부담 형평성을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 측 주장이다. 담배가 가진 국민건강 저해, 청소년 흡연 등 사회적 비용 등을 액상형 전자담배도 부담해야 된다는 설명도 곁들어졌다.하지만 담배 업계에서는 세수확보를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늘리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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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담뱃세는 세수가 필요할 때 단골로 동원되는 ‘죄악세’로 꼽힌다. 사회적으로 부담이 커지는 유해한 흡연 등에 징벌적 세금을 붙이는 것이다.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좋은 구실이 되곤 한다. 이를 두고 ‘꼼수 증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담배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을 입증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부회장은 “증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증세의 명분과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결국 이런 형태의 증세는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블랙마켓을 키우게 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액상형 전자담배 조사 발표 예정사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지난해부터 단골이 된 이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폐질환 및 사망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가 내려졌을 정도다.이 때문에 판매량이 급감한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은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식약처는 이달 말에 액상형 전자담배 인체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발표는 향후 액상형 전자담배의 증세 논의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담배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증세 시도와 맞물린 시점의 발표를 두고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상황. 업계 이번 증세가 앞으로 전자담배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자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혹은 스쳐지나가는 한때의 유행이 될지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