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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가 미국·유럽 등으로 본격 확산하면서 글로벌교역이 위축돼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생산이 두달연속 큰폭으로 감소했다. 자동차 해외판매 수요가 크게 위축돼 관련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긴급재난지원금 살포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두달 연속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대표적인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으로 흐름이 악화했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 지수는 102.7(2015년=100)로 전달보다 1.2% 감소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어 5.6% 줄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음식점, 도·소매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자동차와 기계장비 생산이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10.8%) 등에서 증가했으나 자동차(-21.4%), 기계장비(-12.9%) 등에서 줄어 전월보다 6.7% 감소했다.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던 4월(-6.7%)과 같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동차 해외판매 수요가 위축되고, 자동차 관련 금형과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기계 등의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10.8%), 기타 운송장비(3.1%), 의약품(2.3%) 등에서 늘었으나 자동차와 기계장비, 화학제품(-9.9%) 등에서 줄어 전달보다 6.9% 감소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해외 판매수요가 위축되면서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낙폭도 커졌다.
제조업 출하는 앞선 달보다 6.6% 감소했다. 반도체(2.7%), 통신·방송장비(10.4%), 기타 운송장비 등에서 늘었으나 자동차(-15.7%)와 기계장비(-12.7%), 1차 금속(-7.4%) 등에서 줄었다. 4월과 비교해 내수는 6.3%, 수출은 7.0% 각각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11.3%)와 1차 금속(2.8%) 등에서 늘고 석유정제(-10.5%), 기계장비(-4.9%), 자동차(-2.0%) 등에서 줄어 전달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앞선 달보다 0.2% 줄었다. 생산능력지수는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한다. 비금속광물(0.3%), 의료정밀광학(0.2%), 음료(0.1%) 등에서 는 반면 기타 운송장비(-0.7%), 기계장비(-0.3%), 식료품(-0.4%) 등에서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3.6%로, 전달보다 4.6%포인트(P) 하락했다. 2009년 1월(62.8%)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3.7%), 숙박·음식업(14.4%), 협회·수리·개인(9.5%), 학원 등 교육(1.5%), 예술·스포츠·여가(10.0%), 항공운송업 등 운수·창고업(1.5%) 등에서 올라 전달보다 2.3% 증가했다. 지난 4월 들어 석달 만에 반등한 이후 두달 연속 증가했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5.5로 전달보다 4.6% 늘었다. 지난 4월 넉달 만에 반등한 후 두달 연속으로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7.6%), 의복 등 준내구재(10.9%)와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7%)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내구재는 신차 출시 효과와 할인 혜택 등이 영향을 끼쳤다. 의복 등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른 더위로 말미암은 여름옷 구매 수요가 늘어 지수를 끌어올렸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액은 40조96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다. 소매업태별로는 면세점(-49.8%)과 전문소매점(-6.0%), 백화점(-7.8%), 대형마트(-0.7%)는 줄었으나 무점포소매(18.0%)와 승용차·연료소매점(13.9%), 슈퍼마켓·잡화점(8.1%), 편의점(0.1%)은 각각 늘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대형마트(-10.6%), 면세점(-0.5%)은 줄었지만 전문소매점(10.5%), 승용차·연료소매점(7.7%), 무점포소매(4.9%), 백화점(4.4%), 슈퍼마켓·잡화점(2.2%), 편의점(3.7%)은 증가했다. 가구나 안경 같은 전문소매점 판매가 많이 는 것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라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9% 줄었다. 석달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선박 등 운송장비(-16.1%), 정밀기기 등 기계류(-1.7%) 등의 투자가 줄었다. 국내 기계 수주는 민간(-12.9%), 공공(-6.8%) 모두 줄어 지난해보다 12.6%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토목(-8.5%), 건축(-2.4%)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달보다 4.3% 감소했다. 건설수주(경상)는 도로·교량 등 토목(-6.0%)에서 줄었으나 주택 등 건축(31.9%)에서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증가했다. 발주자별로는 공기업 등 공공(25.7%)·부동산업 등 민간(31.1%)에서 늘고 민자(-94.&%)는 줄었다.
경기지수는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로 전달보다 0.8포인트(P) 내렸다. 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1월(96.5) 이후 21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매판매액지수가 증가했으나 비농림어업 취업자수, 광공업생산지수 등이 줄어든 탓이다.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전달보다 0.3P 하락했다. 지난해 8월(98.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수출입물가비율, 장단기금리차 등은 증가한 반면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등이 감소한 게 원인으로 분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