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항 전 14일 이내 하선 선원 신고 의무화입항 후 확진자 발생하면 선박회사에 구상권 청구 검토항만 하역작업 방역수칙 세분화… 선원 접촉 최소화 지침
  • ▲ 선원 집단 감염 발생한 러시아 선박.ⓒ연합뉴스
    ▲ 선원 집단 감염 발생한 러시아 선박.ⓒ연합뉴스

    정부가 부산 감천항에 들어온 러시아 냉동운반선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국적선박에 대해 승선검역을 하기로 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인 가운데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회사에는 검역당국에 입항 전 14일 이내 하선한 선원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유증상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입항을 제한하고 과태료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항만 하역작업은 현장별로 방역수칙을 세분화하고, 현실적으로 마스크 착용 등이 어려우면 선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4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이런 내용을 집중 논의했다.

    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러시아 선박 집단감염과 관련해 "(정부) 조처는 사후약방문이었다"며 "세계 상황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고위험국가도 선제적으로 철저히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정 본부장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과 외국인 인력시장 등에 대한 방역관리 강화방안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 ▲ 해수부.ⓒ연합뉴스
    ▲ 해수부.ⓒ연합뉴스
    해양수산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항 외국적 선박의 전자검역에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전자검역은 검역관이 배에 타 확인하는 '승선 검역'과 달리 전산으로 보건 상태 신고서, 검역질문서 응답지, 항해 일지 등 서류를 받아 검토한 뒤 입항허가를 내준다. 유증상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승선검역이 이뤄진다. 셀프 답변서를 거짓으로 작성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러시아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는 데도 중국·홍콩·마카오·이탈리아·이란 등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도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사는 대목이다.

    해수부는 우리나라에 입항 전 다른 나라에서 하선한 선원의 정보 확보가 어렵고 국가 간 정보공유가 지연됐다고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라 발열 증상으로 러시아에서 하선한 선장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통보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러지 않았다.

    해수부는 입항 후 선원이 상륙허가서나 세관의 승인 없이 배에서 내리거나 다른 선박으로 옮겨가 추가로 접촉자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냉동 어획물 운반선 아이스 스트림호 선원은 조사결과 상륙허가서 없이 인근에 정박한 같은 선사 소속 냉동 화물선 아이스 크리스탈호로 이동해 추가 접촉자를 발생시켰다.


  • ▲ 중대본 회의 주재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 중대본 회의 주재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이에 중대본은 부산항에 들어오는 모든 러시아 선박에 대해 24일부터 승선검역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선박회사는 입항 전 14일 이내에 배에서 내린 선원 정보를 검역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유증상자를 신고하지 않은 선박은 선박입출항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등의 이유로 입항 제한은 물론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특히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면 선박회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항만 하역과정의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선원과 하역 근로자가 작업 중 접촉하지 않게 현장 지도·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스크 미착용 등에 따른 방역수칙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야외작업, 밀폐공간, 어창 등 하역 현장별로 생활방역 수칙도 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는 선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게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항만현장에서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확진 판정이 날 때까지 근로자를 일시 격리할 수 있게 대규모 시설을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항만공사와 부두운영사,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각 현장 여건에 맞게 격리장소와 이동수단 등을 미리 확보하도록 했다. 격리시설이 부족하면 부두시설 등 야외시설에 텐트 등 임시격리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부산 러시아 화물선 집단감염과 관련해 현재 도선사와 하역작업자 등 접촉자 총 150명이 격리돼 있다. 정부는 감천항의 7개 부두 중 냉동 수산물을 취급하는 1·3부두를 오는 26일까지 잠정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