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제고' 제도 취지 무색스스로 만든 제도, 걷어차면 '자가당착''10대 3' 압도적 결과, 그동안 수사 내용 '부실' 방증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지 2주가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사실상 수심위의 결정을 뭉개는 상황으로 '국민신뢰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까지 걷어찬다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일주일 이내에 검찰의 결정이 이뤄진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길어지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자 법조계는 물론 재계에서는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로 기업이 받는 피해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은 5년 가까운 사법리스크에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그나마 '불법성을 찾기 힘들다'는 시민들의 판단이 나오며 한시름 덜게 됐지만 오히려 검찰은 철저히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는 예상된 부분이다. 검찰이 주장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 대부분은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다 입증에 실패한 사안이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 및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이 나오는 부분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시세조종' 혐의는 이미 3년전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1심 공판에서 한 차례 걸러진 내용이다. 

    2017년 진행된 삼성물산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 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린바 있다. 

    법조계 역시 회계부정사건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해석문제로 범죄 성립 여부가 문제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거인멸 사건을 기소할 때 그 전제가 되는 회계문제가 법리상 범죄가 되는지를 판단하고 함께 처리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시민들 판단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심위 위원들이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매우 부실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검찰은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5년 상반기부터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수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수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수사에 대한 타당성이나 적절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심위 당시 검찰은 혐의 입증 증거 및 위법성에 대한 근거를 묻는 위원들의 질문에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삼성 합병을 위한 내부 문건들은 이미 외부로 알려진 것들인데다 짜깁기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삼성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지휘를 내린 정황이 담겼다며 제시한 녹음 파일 역시 '이 부회장이 불법 합병을 노리고 지시 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위원들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들에서 불법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유죄 가능성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위원들 중에는 삼성 수사를 지지해 온 인사가 적어도 4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조차 설득하지 못한 것은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여론에 휘둘렸다기 보다는 검찰의 지금까지 수사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라며 "일반시민들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 및 재계에서는 국민의 엄중한 의견을 검찰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검찰이 국민에게 개혁을 약속하며 스스로 만든 수심위 제도 취지에 맞게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조 목적에서는 위원회 도입에 대해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 신뢰 제고'가 수심위의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를 걷어찬다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으로 비춰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그간 살아있는 거대 권력과 금권에 대해 좌고우면할 것 없이 수사해 왔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자존심을 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며 "수심위 위원 대부분이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반대로 나서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요 외신도 수심위 결과를 관심있어 하며 검찰의 기소 여부 등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수심위 결과는 검찰총장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었다"며 "검찰이 만약 심의위 결과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게 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후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삼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대중을 분노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몇년간 재판끝에 무죄가 나온다 해도 그 동안 잃어버린 사업기회나 경영공백으로 인한 천문학적 손실은 삼성이 짊어질 것"이라며 "검찰은 수심위 권고를 받아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수사와 재판, 구치소생활, 계속된 압수수색과 재수사 등 마치 이재용 구속을 결말로 쓴 드라마 대본이라도 있는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단지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단죄하려는 반재벌 정서는 바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