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심 EU 국가 화웨이 장비 외면 잇따라1위 사업자 퇴출로 2~4위 반사이익 전망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5G 장비수주 경쟁 3파전
  •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 5G 통신장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화웨이가 서방 국가들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타 통신장비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일찌감치 주요 동맹국들에게 중국의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를 직접 거론하며 "믿을 수 없는 업체로 옮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SK텔레콤과 KT를 "깨끗한 업체"라고 치켜세우며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영국의 경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화웨이를 5G 통신장비 공급자로 선정했지만, 미국의 압박과 홍콩보안법 등의 이슈로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내년부터 화웨이 5G 통신장비 구매를 중단하고, 2027년까지 모든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프랑스도 자국의 5G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028년까지 단계적 퇴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대한 면허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 5G 통신장비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에게 사실상 '강제 퇴출'을 당하면서 점유율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전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을 보면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 삼성전자(13.2%) 순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가 시장 1위인 화웨이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점유율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캐나다, 2월 미국, 3월 뉴질랜드 등 주요 통신사와의 5G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6월에는 캐나다 메이저 이동통신 사업자 '텔러스(TELUS)'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국내 이통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도 5G 통신장비를 삼성으로 구축한 상태다.

    에릭슨은 캐나다 통신사인 벨과 로저스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의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노키아 역시 대만 타이완모바일의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프랑스 통신업체인 오랑주는 에릭슨과 노키아를 5G 장비업체로 결정했다. 리버 다우든 영국 미디어 장관도 5G 통신망 공급업체로 에릭슨과 노키아를 거론하며 힘을 실어준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은 에릭슨·노키아가, 아시아·태평양과 북미 지역은 삼성전자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중국이 화웨이 배제에 따른 보복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노키아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 공장 1곳과 1만 6000명의 인력을, 에릭슨은 중국 내 제조시설 1곳과 다수의 연구개발 설비를 각각 두고 있다. 중국이 화웨이 퇴출 보복 조치로 노키아와 에릭슨의 수출을 규제할 경우 그 피해는 천문학적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30년 6G 상용화를 앞두고 선행 기술 연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노키아, 에릭슨을 제치고 5G 장비 시장을 선점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