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기간 수사 불구 협의 입증 실패'무리한 수사 비판-검찰 신뢰 확보' 부담수심위 권고 무시 어려워 차선책 마련 분석학계 "회계 부정 입증 어려워… 檢 명분 쌓기 나섰다" 주장 힘실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중단 결정을 내린지 한달이 훌쩍 넘은 가운데 검찰이 '기소유예'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장기간 이어진 수사에도 불구하고 협의 입증에 실패한데다 수심위 권고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차선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심위 권고대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기소유예 및 기소중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최종 처분을 위한 검토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이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일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기소는 하지 않는 것으로 불기소 처분 가운데 하나다.

    앞서 지난 6월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요청으로 진행된 수심위에서는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5년 상반기부터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론적으로 수사에 대한 타당성이나 적절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심위에서 검찰은 혐의 입증 증거 및 위법성에 대한 근거를 묻는 위원들의 질문에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삼성 합병을 위한 내부 문건들은 이미 외부로 알려진 것들인데다 짜깁기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삼성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지휘를 내린 정황이 담겼다며 제시한 녹음 파일 역시 '이 부회장이 불법 합병을 노리고 지시 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후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한 달 넘게 결정을 미뤄 왔다. 

    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무리한 수사를 인정하는 꼴이고 그렇다고 기소를 강행할 경우 검찰 스스로 만든 심의위 권고에 불복해 무력화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 유독 엄격한 '이중 잣대'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열린 8차례의 수심위 권고에는 일사천리로 결정이 내려진 반면 이 부회장 사안에 대해서만 유독 고민이 길어진데 따른 것. 

    그간 심의위에서는 출범 첫 해 이뤄진 '기아차 파업 업무방해'를 시작으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서지현 검사 인사보복 사건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 횡령 사건 ▲제천 화재참사 사건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약사 면허증 위조 사건 ▲울산 경찰 약사 면허증 위조 약사 사건 등을 다뤘다.

    이들 대부분은 검찰 요청으로 소집된 사건이다. 그리고 수심위 측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최종 처리도 일사천리였다. 일반적으로 이틀에서 늦어도 일주일 안팎에서 결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이 기소유예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법조계 및 재계에서는 검찰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라도 수심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소유예는 검찰 입장에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수사팀의 부실수사는 아니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수심위 권고도 수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검찰은 회계에 자신이 없다면 범죄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세번이나 결정을 뒤짚은 사안인데 이제와서 학계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순서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와서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것은 검찰이 탈출구을 마련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인지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쉽게 판단은 어렵다"면서도 "그간 상황만 놓고 보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