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접종된 백신과 오늘(22일) 중단 결정된 백신 “구분 어려워” 질병관리청, 전날 11시 취소 결정… 병원엔 새벽에서야 문자 공지 개원가 혼란 상태, “문제된 백신 제조번호나 제약사 공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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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현시점 가장 중요한 방역대책 중 하나로 꼽혔던 ‘국가독감예방접종(무료접종)’ 사업이 돌연 중단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늘(22일)부터 임신부와 만 18세 미만 어린이가 무료접종 대상이었는데, 질병관리청은 전날 오후 11시경 보도자료를 배포해 취소를 결정했다. 또 무료접종을 시행하는 병원에는 당일 새벽 1시 넘어 문자를 발송하는 등 업무처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지난 8일부터 2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 대상자(생후 6개월∼만 9세 미만)는 이미 백신을 맞았는데, 유통상 문제 등으로 갑자기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안전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전일 밤 “조달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독감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문제가 된 백신은 13~1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던 품목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백신은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인데 유통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업체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을 즉시 중단했으며,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는 품질이 검증된 경우 순차적으로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시험검사 의뢰받은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한 시험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임신부 및 만 18세 미만 어린이와 기존 2회 접종대상자에 대한 예방접종이 모두 중단됐다. 참여의료기관 및 대상자에게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안내하고,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상반응이 신고 된 사례는 없으나,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22일 새벽 질병관리청이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동네의원 원장에게 보낸 문자. ⓒ제보사진
    ▲ 22일 새벽 질병관리청이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동네의원 원장에게 보낸 문자. ⓒ제보사진
    ◆ 유통상 문제? 너무 늦은 결정에 혼란 가중

    질병관리청의 급작스런 결정에 무료접종을 시행 중이던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지난 8일부터 시행 중이던 백신과 사업중단이 결정된 백신 간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부 품목이 상온에 노출됐다면 제조번호(로트, LOT)나 제약사를 공개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되지 않았고 ‘일시 중단’ 결정만 내린 상황이다. 

    이와 관련 A내과 원장은 “새벽에 1339에서 문자가 날라와 무슨 일이 봤더니 갑자기 백신접종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중단해야 하는지, 어떤 제품이 문제가 있는지 등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내과 원장은 “8일부터 2차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시행했다. 보건소 납품 백신으로 이번에 중단된 백신과 동일하다. 마치 질병관리청은 이미 맞은 백신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질병관리청이 백신 관련 논란이 가중되는데도 단 한번도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실제 독감 무료접종 사업은 동네의원 중심으로 시행돼 대다수는 의협 회원이다. 

    의협 관계자는 “갑자기 전날 밤 11시 넘어 유통상 문제가 확인됐을리 없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는데 이를 숨겼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말의 상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접종이 진행된 백신은 확실히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트윈데믹 우려가 높은 가운데 안전성 문제가 떠올라 심히 우려스럽다. 정확하게 관련 내용을 공개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