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장 동의 못해, 공소사실 인정도 어렵다"재판부 "검찰, 자본시장법 공소사실 구체화 필요"내년 1월14일 2차 준비기일 이후 정식 재판 돌입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게처리가 위법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중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듣고 향후 공판의 쟁점 사항을 정리해 재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본 법정 영상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중계법정을 함께 운영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는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이런 과정에 이 부회장의 관여 여부 등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23.2%)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이 각종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를 저질렀으며, 삼성물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며 업무상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번 재판의 경우 기록이 워낙 방대한데다 민감성과 중요도 또한 높은 만큼 첫 날부터 신경전을 보였다.   

    이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통상적 경영활동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범죄라는 검찰 시각에 동의할 수 없고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따른 것"이라며 위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명확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와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위반 등이다. 이 가운데 178조 1항의 1호와 2호, 그리고 2항 등을 구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부정한 수단 또는 계획을 사용해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 관련해 세가지가 구성요건이 각각 다른 구성요건인데 공소장에는 행위가 쭉 이어져 있다"며 "나열돼 있는 각각 행위가 다 해당된다는 건지 아니면 이 행위는 이 조항에 해당되는건지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도 의문이 있었다며 구체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른 사건의 경우 특정이 되는데 이 부분은 한꺼번에 되어 있어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변호인단 의견서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향후 재판 일정 관련해서도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변호인은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해 기록 검토에 시간이 필요해 다음 재판까지 최소 3개월은 요구된다"고 언급한 반면 검찰은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4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로 정하고 정식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어려움이 있을 줄 알지만 정한대로 진행하겠다"며 "내년 1월 14일 대법정에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