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76단 제품 양산으로 경쟁 촉발삼성-SK하이닉스, 내년 출시로 시장 확대 전략삼성전자, 낸드 8조 투자 순항… '1위 굳히기'코로나 영향 2024년 낸드 시장 95조원 성장 전망
  •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촉발한 낸드플래시 경쟁이 국내 업체들의 가세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로 인해 원격근무 등이 늘어나며 수요도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특징은 D램과 달리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아 '비휘발성 메모리'로 부른다. 낸드플래시는 크기를 작게 만들기 쉬워서 엄지손톱만 한 크기에 영화 수십 편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넣고 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컴퓨터 CPU(중앙연산장치), 스마트폰의 AP(응용프로세서)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스마트폰, PC의 주저장장치로 활용되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개발과 함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층 기술은 빌딩처럼 회로를 수직 방향으로 쌓아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낸드플래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회로 선폭을 좁히는 미세공정의 경우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게 관건인데 기술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적층 기술은 반도체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가 경쟁적으로 '쌓기 전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는 2차원 평면 형태의 반도체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회로 선폭을 좁게 만드는 미세 공정 경쟁을 벌여 왔다. 최근에는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아가는 3차원 낸드플래시 기술을 적용해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곳은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나섰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마이크론은 96단 낸드플래시 제품이 주력인 반면 국내 업체들은 128단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이번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번 제품은 기존 주력 96단 낸드에 비해 적층 숫자를 40% 늘렸다. 이에 따라 크기는 30%를 줄일 수 있었고, 쓰기·읽기 시간 지연은 35% 감소 및 로우 데이터 전송률은 33% 높아졌다는 게 마이크론 측 설명이다. 

    이에 SK하이닉스도 176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 소식을 알렸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솔루션화하기 위해 지난달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다.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는 3세대 4D 제품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웨이퍼 당 생산 칩 수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비트 생산성은 이전 세대보다 35% 이상 향상돼 차별화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중반에 최대 읽기 속도 약 70%, 최대 쓰기 속도 약 35%가 향상된 모바일 솔루션 제품을 시작으로 소비자용 SSD와 기업용 SSD를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등 응용처별 시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투자도 발표한 만큼 이를 통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176단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3D 낸드플래시를 더블 스택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블 스택 방식은 다수의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전극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싱글 스택 방식(한 번에 채널 홀 형성)과 달리 전류가 흐르는 구멍인 채널 홀을 두 번에 나눠 뚫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인베스터스 포럼에서 싱글 스택 방식으로 경쟁사 대비 15% 낮은 높이로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멀티 스택 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256단 이상의 적층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8조원을 투자해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 오는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증설된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18년 이상 독보적인 제조, 기술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9%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뒤를 이어 키옥시아가 19.0%, 웨스턴 디지털 13.8%, 마이크론 11.1%, SK하이닉스 9.9%, 인텔 9.5% 순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함에 따라 점유율이 20%까지 늘면서 삼성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앞으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을 앞세워 낸드 시장의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855억 달러(약 95조원)로 올해 전망치(592억 달러, 약 65조원)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