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공정경제3법 통과 유감 기업 경영 옥죄는 법안, 전월세 수준 분쟁 발생 가능성 시장전문가 "초안보다 완화, 기업 리스크 관리 강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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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경제계의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도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기업 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법안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전월세 대란 수준의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몇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법안이 일부 완화됐고, 증시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노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평가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전날 공정경제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기업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경제계가 수정안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상법 개정안으로 상장회사 감사위원 중 1명을 별도로 선출하되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당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합산해 3%로 규제하려 했으나,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합산하지 않는 것으로 보완됐다. 

    상장협은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다수의 주식이 결정한 방향에 따르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인데 이번 법 개정은 최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3%로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상법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소수 주주권의 선택 적용으로 외국계 펀드나 경쟁세력들이 기업의 1~3% 주식만 보유하고 있으면 단 하루 만에 주주제안, 다중대표소송, 이사와 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요구할 수 있어 헤지펀드가 활개하는 법으로 변모됐다"고 비난했다. 

    상장협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 심각한 경영권 분쟁을 야기할 것으로 본다.

    상장회사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쓸 여력을 투기자본 방어에 소모하게 만드는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닌 지주회사체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협은 "반재벌의식과 반기업정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재벌 개혁을 기업 옥죄기를 통해 해결하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조속히 개정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추가 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협회는 다중대표소송과 관련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특히 해외 경쟁업체의 경영마비 목적의 악의적 소송 제기가 이뤄질 경우 코스닥 기업들의 해외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협회는 소수주주권 적용범위 완화 역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코스닥기업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6개월의 보유기간 요건의 적용을 통해 다중대표소송 등 소수주주권행사를 위해 기습적으로 지분을 취득해 소수주주권행사를 악용하는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정경제 3법이 몇 차례 수정으로 소폭 완화된 형태로 통과됐으며,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업의 주가 관리 노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사 선임 관련 3%룰은 비합산으로 결론이 났다. 이 경우 최대주주는 감사 선임 시 계열사 지분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다"며 "당초 원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졸속 통과라는 우려도 있지만, 기업이 우호지분 확대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행동주의 영역도 넓어졌다"고 해석했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지분율 기준이 0.01%에서 0.5%로 상향됐다. 상장사 모기업 지분을 6개월 이상 0.5% 보유한 경우(비상장은 1%) 자회사(모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의 이사에 대해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박 연구원은 "초안 대비 완화됐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활성화하고,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0.5% 지분 가치는 행동주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입장권이자 티켓, 즉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일가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확대됐지만, 공정위 전속 고발권은 유지된다. 이는 재계의 우려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당초 원안보다 완화됐다는 평가다. 

    공정경제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전속 고발권 폐지 추진으로 시민단체의 고소 남발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아울러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 보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장에서도 시행시기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장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