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혜택 아닌 ‘족쇄’에 불과해… “상반기는 피하자” 의료법 시행령 개정 임박, 시험공고 ‘90일 기준’ 푸는 예외조항 신설 한의협·보건노조 등 형평성 문제로 반발… “공정성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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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재응시를 허용키로 한 가운데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각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을 강행해 신속하게 사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반응도 탐탁치 않은데다 의료계 여론 또한 양분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31일 2021년 의사국시 실기시험과 관련한 입장을 급선회했다. 그간 재응시 불가론을 펼치다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 시험을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 말 치르기로 했다.

    갑작스런 계획 변경에 따라 급하게 법안 개정도 이뤄지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4조(국가시험등의 시행 및 공고 등)에는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험 일시를 비롯해 시험 장소와 시험과목, 응시원서 제출기간 등 필요한 사항을 시험 실시 90일 전까지 공고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90일 기준을 풀기 위해 ‘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예외 조항이 신설된다. 그래야만 이달 내 실기시험이 치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법 시행령을 급하게 개정하지 않아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시즌에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사과와 함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한 바 있지만 당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처리됐다면 지금과 같은 큰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의 재응시 허용 발표 이후 대한한의사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암환자협의회 등 다양한 의료계 유관 단체들은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시험을 구제의 목적으로 다시 허용하는 것은 편법과 꼼수를 통한 특혜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공정과 형평이라는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며 재응시 철회를 강력히 요청했다. 

    ◆ 의대생들, ‘상반기 시험은 거르자’ 분위기 

    의대생들은 복지부가 부여한 재응시 기회를 혜택이나 구제가 아닌 족쇄로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 

    정부는 타 시험과의 형평성 문제도 묵인하고 시행령 개정까지 해가면서 관련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이달 말 진행될 실기시험에 의대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응시를 꺼리는 분위기다. 

    실기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 A씨는 “구제책이라고들 하는데 정부에 구제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비수도권병원과 공공병원의 비율을 늘린데다 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없는데 떨어지면 하반기에 기회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복지부는 2021년 상반기 응시자를 대상으로 비수도권과 공공병원 정원을 확대(비수도권 40%, 공공병원 27% →비수도권 50%, 공공병원 32%)할 예정이다.

    의대생 커뮤니티인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에서는 “본과 4학년 남성은 군대를 빨리 다녀오고 여성은 어학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낫다"며 "지금 들어가면 발목에 족쇄를 더 차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공백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랴부랴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가 오히려 이해당사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달 말 실기시험 응시자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속대책도 부족해 갈수록 논란만 가중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