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2030년 20배 급증 전망제조사-완성차-소재 업체 등 시장 선점 '가속도'
  • ▲ 서울 종로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연합뉴스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산업이 전기차 시장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단순 재사용부터 원료 추출을 통한 재활용까지 다양하다. 원가 절감은 물론, 밸류체인 구축까지 가능한 만큼 배터리 제조사나 완성차업체, 배터리 소재기업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CI는 태양광발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재사용배터리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개시하면서 사업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OCI는 충남 공주와 OCI Solar Power가 위치한 미국 텍사스주에 실증사이트를 구축하고 전력변환장치(PCS) 및 운영시스템의 공급과 설치 공사를 맡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재사용배터리를 제공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하며 양사는 연계 시스템의 운영 및 실증 운전분석을 통한 사업성 검증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앞서 양사는 2019년 9월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ESS와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국내 및 북미 지역의 분산형 에너지시장을 개발해 나가기 위한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허기무 OCI Power 사장은 "전기차 재사용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장에 적용해 나가면서 태양광 발전 및 에너지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용량이 초기보다 80% 이상 감소하면 교체 대상인 폐배터리가 된다. 다만 이는 성능 기준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용 가치가 떨어진 것일 뿐, 배터리 재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 가능성이 열린 것은 민간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폐배터리 반납 의무가 폐지되면서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전기차 소유자가 전기차 폐차 및 말소시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배터리를 반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환경·안전상의 이유로 의무화했지만 최근 18개 환경 법안이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무를 폐지시켰다.

    시장 전망도 매우 밝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라 전기차 폐배터리는 내년 이후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이 활성화하면서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2025년 113만대, 2030년 30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폐배터리 양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연 평균 18.3%씩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2020년 4700개에 불과했던 전기차 폐배터리가 2030년 8만개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 OCI와 현대자동차그룹이 OCI 공주공장 태양광발전소에 설치 완료한 ESS Cube. ⓒOCI
    ▲ OCI와 현대자동차그룹이 OCI 공주공장 태양광발전소에 설치 완료한 ESS Cube. ⓒOCI
    전기차 폐배터리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들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정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reuse)'과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의 경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ESS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OCI-현대차그룹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한화솔루션 등이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 등에 따르면 7~8년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도 10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자산인 만큼 회수와 물량 확보가 수월하고 신규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점도 배터리 재사용 시장의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사용 사업은 배터리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기존 팩 형태 그대로 ESS에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모듈과 셀 단위 해체가 필요하지 않아 안전하고 추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OEM 및 배터리 업체들의 신규 사업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수요처인 ESS시장도 성장 중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7년 3GWh 수준이었던 ESS시장은 2040년 379GWh 수준으로 약 128배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것을 전제로 한다.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료를 추출해내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광물을 재활용하면 향후 배터리 생산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물론, 화학기업과 종합상사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엔바이로스트림과 손잡고 호주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운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생산거점에 리튬, 코발트 등 원재료를 추출할 수 있는 자원 선순환 고리(Closed-loop)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와 손잡고 폐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사업 협력에 나섰다. 전기차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배터리 생산부터 사용 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밸류체인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최근 2차 전지 사업을 확장 중인 포스코 역시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에 진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선순환 체계 구축이라는 거시적 관점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나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며 ESG경영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며 "BaaS사업이나 배터리 소재 재활용 전문 업체 등에도 폐배터리 활용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