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따라 86억 뇌물 혐의 유죄 인정파기심, 삼성 준법감시제도 실효성 미흡 판단경영권 승계 재판 등 사법리스크 지속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은 같은 이유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범행을 기획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간 구속 수감된 바 있어 이번 선고로 1년 6개월의 징역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에서 유죄로 본 액수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 36억원의 뇌물액만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심에서 무죄라고 결론 내린 50억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하지만 승계 작업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86억8000여만원의 삼성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했고 허위 용역계약을 작성했다고"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층 강화된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해서 진정성은 인정하면서도 실효성은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들의 점검 결과와 특검, 변호인 쌍방의 주장 및 제출 자료를 종합하면 준법위 권한과 역할, 신고시스템 구축, 계열사와 유기적 관계 등을 통해 피고인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유형에 대한 예방과 감시를 하는데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준법감시제도와 7개 계열사 감시 체계가 아직 확립되지 못하고 있으며 보완해야 할 측면도 있다"며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양형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본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 당한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볼 때 재판부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자 재계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삼성의 경우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오는 2월에는 경영권 승계 사건에 대한 재판도 이뤄질 예정인 만큼 어려움은 더할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 사건의 경우 국정농단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한데다 증거 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3개월 후로 잡을 만큼 검찰과 변호인측에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비춰볼때 이번 재판 역시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