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텔 매각 두고 경영진-노조 갈등 고조매주 두번씩 협상…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어KT "협상 통해 위로금, 고용보장 논의할 것"
  • ▲ 구현모 KT 대표.ⓒKT
    ▲ 구현모 KT 대표.ⓒKT
    구현모 대표가 예고한 KT 그룹 구조개편 작업이 닻을 올렸지만, 시작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올 초 단행한 KT파워텔 매각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파워텔 경영진과 노조는 이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이번 협상은 매각 이후 두번째 이뤄지는 노사 간 만남이다. 양측은 지난 25일 처음 만나 일주일에 두번씩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KT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KT파워텔을 보안 솔루션 업체 '아이디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T가 보유한 KT파워텔 지분 44.85% 전량을 406억원에 매각한다. 이는 KT가 민영화된 이후 첫 통신 자회사 매각이다.

    KT파워텔은 지난 1985년 설립된 산업용무전기(TRS) 업체로 KT 1호 그룹사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매출이 반토막나는 등 수년간 부진을 겪었으나 최근 주력사업을 IoT(사물인터넷)로 전환하면서 체질개선에 나선 바 있다.

    KT 측은 이번 매각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직원의 고용보장을 중요 항목으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했다"면서 "직원 고용보장을 최우선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파워텔 노조는 회사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 발표 전날 내부 직원들에게 매각을 통보했으며 어떤 설명이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는 것이다.

    고용보장 등 매각 후속 절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협상을 통해 이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5일 첫 만남에서도 고용안정에 힘쓰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박갑진 KT파워텔 노조위원장은 "매각이 발표된 후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만남에서는 위로금이나 고용보장 등에 관한 논의가 아닌 원론적인 얘기들만 오가서 구체적인 안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 ▲ KT파워텔 건물에 붙어있는 매각 반대 문구.ⓒKT파워텔 노조
    ▲ KT파워텔 건물에 붙어있는 매각 반대 문구.ⓒKT파워텔 노조
    KT파워텔 매각은 KT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구 대표는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며 "미디어·콘텐츠,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도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것도 구 대표의 신사업 강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KT 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그룹 콘텐츠 사업을 총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KT는 지난해 10월 KTH와 KT엠하우스 간의 합병을 발표하며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 출범을 선언했고, 지난 12일에는 엔지니어링 전문 그룹사인 KT이엔지코어의 사명을 KT엔지니어링으로 바꾸면서 체질개선을 꾀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을 계기로 KT의 구조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통신 부문을 유선·무선·미디어 등으로 나누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의 중장기적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선·무선·미디어 사업 분할 및 회계 분리 방식의 KT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급부상중"이라며 "다만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 추진상의 걸림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T와 아이디스는 3월 말까지 KT파워텔 주주총회, 규제기관 승인 등을 마무리짓고 계약을 종결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매각 후속 절차인 고용보장과 위로금 지급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최대한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