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
    ▲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
    정부가 지난 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이야기해 온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최대 물량 주택공급'을 수치로 직접 보여주는 대책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전체 83만6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서울은 32만3000가구, 인천·경기에는 29만3000가구, 5대 광역시에도 2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정비사업이 13만6000가구,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중 역세권 고밀개발이 12만3000가구, 준공업지역에 1만2000가구, 저층주거지 개발에 6만1000가구가 공급되며 소규모택지개발에 11만가구, 도시재생에 3만가구, 공공택지에 26만3000가구를 공급한다고 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에 연간 공급물량의 2배 이상을 빠른 속도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실수요자들에게 지금 '영끌'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제공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부터 입주까지 3~5년 이상 걸리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2.4대책에서 발표한 주택공급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이 시그널이 확신이 되면서 주택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최근 공공재개발 8개 구역이 발표됐지만, 가장 큰 흑석구역에서 조합원들과의 견해 차이로 진행이 어렵다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도 결국 공공택지 보다는 기존 집주인들과의 빠른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금융투자교육원이나 대규모 조합에서 재개발·재건축 교육을 자주하는데, 이런 정비사업들이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간 갈등이다. 즉, 조합과 비대위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개발 지역들이 구역해제까지 되는 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조합원 모두가 만족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발이 된다는 확신을 줘야 정부의 예측대로 5년 이내에 공급이 이뤄질 것 같다.  

    2·4대책이 발표된 직후 민간단체들이 로또분양이나 재건축 규제완화에 따른 집값 추가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도 반드시 세워야 한다. 서울에서 5년 이내에 많은 정비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이 진행되면 당장 전세가 모자라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전세난의 요인이 된다. 빨리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세가 폭등을 막을 수 있는 대비책도 같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이번에 공급되는 주택은 대부분 아파트 형태가 될 것 같은데,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장수명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건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층간소음문제의 해법으로 벽식구조 아파트가 아닌 라멘구조 형식의 아파트를 짓는 게 도움이 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라멘구조 형식으로 지으면 설비교체 등이 수월해져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해 공사비 상승에 따른 주민들의 손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주택공급이 모자라다고 해서 83만 가구를 5년 이내에 공급한다면 30년 뒤에 전부 재건축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30~50년까지 집값을 저리융자해서 입주할 수 있는 모기지 방식의 기본주택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노년층이 급증하는 만큼 현재 국토부에서 지방에 공급하는 '공공실버주택'을 서울 지역에도 많이 공급해야 한다. 어차피 공공임대방식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재건축의 기부채납 형식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 종신형을 연계한 은퇴자용 분양아파트도 많이 공급되면 좋을 것 같다. 주택을 분양받는 순간 바로 주택연금 종신형에 가입돼 죽을 때까지 집걱정, 생활비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결루 중간에 다시 한 번 갱신하는 조건으로 한다면 많은 은퇴자들이 분양을 받을 것이다.

    2·4대책은 충분히 공급만 하면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영끌을 안해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좀 더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올해 말쯤 코로나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이나 한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며,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고, 이미 국토연구원에서는 서울, 세종은 버블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면 과연 83만가구가 모두 필요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부동산도 항상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주택가격 안정이 될 것이다.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