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출, 유흥가·여행지 급감… 주거지역은 증가반찬류 등 일상 장보기 매출 전년 比 28.0%↑업계, 가정간편식(HMR) 강화로 집밥 수요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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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상권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소비 후 퇴근’에서 ‘퇴근 후 소비’ 문화로 바뀌면서 서울 명동 등 ‘A급지’ 상권이 몰락하고, 하급지로 꼽히던 주택 밀집지 인근 점포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섰다.22일 외식·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동네 경제’의 부상이다. 편의점업계의 상권별 매출 경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A 편의점 전국 주요 상권 점포의 지난해(1~12월) 매출을 살펴본 결과 ‘주거지역’ 상권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했다. 반면 ‘유흥·위락시설’, ‘학원가’ 등의 특수 상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B 편의점 역시 지난해 ‘주거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가량 늘었다. 차량 유동이 많은 ‘로드사이드 상권’과 ‘오피스 지역’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 8% 증가했다. 반면 ‘학원가’ 상권은 19% 떨어졌고, ‘유흥가’ 9%나 감소했다.이는 코로나19 이전 상권 지형도와 정반대다. 편의점 매출도 유흥지와 관광지, 대학가 등에서 높았기 때문에 이 지역 상권 점포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올해는 동네 상권 점포 매출이 더 좋다는 게 편의점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엔 출점 경쟁지가 유흥지역, 관광지, 대학가 등이었다면 요즘엔 동네 상권으로 몰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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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편의점에서의 구매품목 변화도 주목한다. 일상적인 장보기 수요가 점차 편의점으로 옮겨오는 양상이 확인되면서다. 온라인 주문 후 배송을 기다리거나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 비교적 동네 외곽에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수요까지 편의점이 흡수하는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반찬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다.
이 같은 인기는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반찬류 매출은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독신 상권에서 47.8%의 매출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높았고, 3~4인 가구가 많은 가족상권이 20.1%로 뒤를 이었다.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상권이 집 근처로 집중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가정간편식(HMR) 등을 강화해 집밥 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CU는 최근 1~2인용 가구를 대상을 한 신선 HMR을 선보였다. 도시락 등 간편 식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메뉴의 반조리 식품을 가까운 편의점에서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CU의 HMR 매출은 전년 대비 28.7% 증가했다. 9~12월 매출은 1년 전보다 40.1% 늘기도 했다.이마트24도 간편식 부문을 강화한다. 피코크 냉동 가정간편식과 밀키트를 추가로 선보이기로 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 국·탕·찌개류 10종을 도입한 데 이어 이달 13종을 더 도입해 상시 운영하는 피코크 HMR·밀키트를 30여종으로 늘렸다.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자 생활 반경이 좁아졌고, 유흥가나 여행지를 비롯해 공항 등 특수상권에서 집 근처 근거리 쇼핑으로 넘어오는 흐름이 확실히 있다.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가정간편식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