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ZKW 영업권 손상차손 2400억 반영...지분 손상도 600억대적자 이어 재무 리스크 털기 집중올해 VS 턴어라운드에 명운...전장사업 '전면에'
  • 조성진 전(前) LG전자 CEO 부회장이 오스트리아 비젤버그(Wieselburg)에 위치한 ZKW 본사를 방문해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 조성진 전(前) LG전자 CEO 부회장이 오스트리아 비젤버그(Wieselburg)에 위치한 ZKW 본사를 방문해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LG전자가 올해 차량용 전장사업(VS) 흑자전환에 명운을 걸고 자회사이자 인수 4년차에 접어든 ZKW 재정비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해 ZKW의 2000억 원대 영업권 손상차손에 나서면서 올해 VS사업 전반이 턴어라운드하는데 리스크가 될 요인들을 사전적으로 정리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LG전자가 세계 3위 전장기업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사업을 새로 시작하며 전장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사업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LG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전장사업 자회사인 ZKW 영업권에 대해 2372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회계 상 반영했다. ZKW는 손상평가 전 영업권 가치가 3052억 원 가량으로 책정됐지만 지난해 사업계획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 손상평가에 나섰고 이 중 2372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ZKW 지분에 대한 자산손상평가도 함께 이뤄지며 지분 70%에 대해 914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던 ZKW는 지난해 653억 원 가량이 손상차손으로 새롭게 인식됐다.

    LG전자는 이번 ZKW 영업권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에 처음 포함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감소한 탓에 이번 ZKW와 같이 지분가치에 대한 손상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핵심감사사항에 올리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지분에 대한 손상평가는 지난해도 이뤄졌다.

    우선 LG전자가 ZKW 영업권 손상평가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업계 탓에 같이 주춤해진 차량용 전장업황으로 ZKW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ZKW는 지난해 서비스사업회사인 ZKW그룹(ZKW Group GmbH)법인과 오스트리아 사업법인인 비젤버그(ZKW Lichtsysteme GmbH)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 2019년 9000억 원에 육박했던 ZKW 비젤버그 사업회사 매출은 지난해 7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며 인수 당시 LG전자의 예상치를 하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인 ZKW 홀딩스(ZKW Holding GmbH)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선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어 올해는 반전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구나 LG그룹에서 ZKW를 포함해 전장사업 전반에 힘을 실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3위 기업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날과의 합작사 설립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시너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시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룹 전장사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LG전자도 자체적으로 두고 있는 전장사업부문인 VS사업본부의 올해 흑자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전반적인 전장사업에서의 실적 개선과 재무상황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전자가 지난해 ZKW 영업권 손상평가를 핵심감사사항에 포함해 진행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올해 전장사업 전반의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데 힘이 실린다.

    회계적으로 손상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판단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보유한 자회사의 실적이나 지분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게 되면 손상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해당 자회사나 지분의 사용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의미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손상평가를 실시할지가 결정될 수 있고 향후 사업적 전략을 위해 이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현재 LG전자 입장에선 올해 전장사업 분야에서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부진을 겪은 ZKW 리스크를 지난해 대거 털고 올해 제대로 된 실적을 내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VS사업 턴어라운드를 LG전자의 핵심 과제로 보고 실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전, TV사업과 함께 흑자전환으로 VS사업이 실적에 또 한번 힘을 실어주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