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정상화까지 3개월 이상 소요 전망주요 완성차업계 지난해 말부터 생산 차질증설 추진해도 최대 1년 필요… 공급부족 지속
  • ▲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본사.ⓒ연합뉴스
    ▲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본사.ⓒ연합뉴스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공장 화재로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화재가 발상한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 소재 반도체 공장 재가동에 최대 한 달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화재는 지난 19일 새벽 발생해 자동차 주행을 제어하는 반도체 생산 라인이 피해를 입었으며 한 달 뒤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 공장은 300나노미터(㎚)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으로 일본 내 전체 6개 공장 중 유일하다. 

    매출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르네사스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분야의 선두업체로, 르네사스의 MCU 점유율은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 닛산자동차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이번 화재로 가뜩이나 불거지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판단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제조사들이 차량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스마트폰, PC, TV 등에 우선 공급하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일반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약 200~30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반도체들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제어반도체(PMIC) 등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비메모리 제품이다.

    반도체 회사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8인치 웨이퍼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12인치 웨이퍼 반도체보다 낮고, 그동안 완성차 수요도 정체기였기 때문에 제조설비 증설에 소극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마진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릴 유인이 적어 공급계획 상 후순위로 둘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공급 부족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완성차들은 지난해 말부터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미국 테네시주와 미시시피주에 있는 일부 생산라인과 멕시코에 있는 공장도 멈춰 세웠다. 독일 폭스바겐도 오는 28일까지 포르투갈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완성차 기업들은 정부 지원 요청을 통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반 반도체 업체인 TSMC는 차량용 반도체의 추가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사를 통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TSMC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2020년 4분기 기준 3%에 불과한데 TSMC의 입장에서는 2018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2년 넘는 기간 동안 완성차 수요가 양호하지 못해 차량용 반도체 제조설비 증설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TSMC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우선 순위를 둔다고 언급했지만 가동률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들로부터 수주가 견조해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사와 장비 공급사들은 8인치사업 전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도 공급 확대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8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12인
    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8인치 웨이퍼의 원판이 작아 동일 면적에서 생산 가능한 반도체의 숫자도 한계가 있다.

    반도체 장비 공급사들이 8인치 웨이퍼 공정용 장비를 공급하면 이와 같은 공급 부족이 해결될 수 있지만 장비 공급사들의 입장에서도 12인치용 장비의 부가가치가 8인치용 장비보다 높으므로 8인치용 장비의 신규 개발이나 공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 차량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을 추진해도 최소 6개월, 최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결국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수급적 불균형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0~450억 달러이다. 이는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0%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연평균 7% 성장해 2026년에 676억 달러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