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사업 점검 및 정부 관계자 만남 예정김종훈 이사회 의장도 미국에 체류지동섭 사장 "배터리 분사 검토중"
  • ▲ 김준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SK이노베이션
    ▲ 김준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관련 분쟁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ITC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첫 소송에서는 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SK이노베이션의 향후 10년간 미국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ITC 최종판결은 대통령이 효력 발생을 확정하기 때문에 거부권 사용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거부권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25일 주주총회에 앞서 미국 출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현지 공장 점검 및 미국 정부 관계자 등과 자리를 갖을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연 43만대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2023년 초 11.7GWh 규모의 2공장에서 양산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투자 규모만 약 3조원에 달한다. 공장을 정상 가동할 경우 2025년까지 3400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판결대로 시행될 경우 공장 가동은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특정 배터리 업체 의존도도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준 사장의 출장에 앞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국에 체류하며 ITC 제재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김 의장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고, 미국 내 정치권·기업·학계 등 다양한 인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이 만난 미국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 여부에 따른 피해 등을 언급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은 샐리 예이츠(Sally Yates) 전 법무부 차관을 영입하는 등  ITC 최종판결 뒤집기를 위해 현지 인력도 총동원하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열린 ‘제14차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김준 사장을 대신해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가 맡아 진행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관련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단호하게 강조했다. 

    이명영 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문제로 주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우선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뒤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사 관련해 검토중이라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사장)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토중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떼내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추진중이지만 배터리 분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