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조 기사들 온건한 택배노조 선택노노갈등 양상…고덕동 논란도 의견 갈려"촛불집회·파업" vs "실버택배 등 대안 모색"
  • 택배 노동계가 양분화되는 분위기다. 주류였던 민주노총 산하 택배연대에 맞서 한국노총 소속 택배노조가 세를 불리고 있어서다. 두 단체는 택배업계 현안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활동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택배노조 조합원은 최근 약 70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말 출범 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전국에 20개 지부를 설치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구성원은 그간 노조 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비노조 기사가 대다수다. 배송, 분류거부 등 민주노총 택배연대의 과격한 운동방식에 반발해 가입한 조합원이 많다.

    업무 거부는 담당 구역 물량을 터미널에 방치하거나, 비노조 기사의 대체배송을 저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배송 지연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 등으로 현장 혼란은 상당했다.

    두 노조는 현안마다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고덕동 아파트 단지 배송거부 사태에도 다소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차 없는 아파트’를 이유로 택배차의 단지 진입을 막고 있다. 이에 택배노조는 문앞 배송을 잠시간 거부했다.

    민노총 소속 택배연대는 강경한 입장이다. 다음 달 1일 정부 대상의 집회를 시작으로 고덕동 아파트앞 촛불집회 등을 예정 중이다. 정부, 아파트 측의 대안이 없을 경우 퀵, 배달 등 연관 종사자 6500여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 ▲ 택배사를 상대로 집회 중인 민노총 산하 택배연대 ⓒ 연합뉴스
    ▲ 택배사를 상대로 집회 중인 민노총 산하 택배연대 ⓒ 연합뉴스
    한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비교적 온건한 태도다. 이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소비자와 화주 불편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노총 노조 측은 단지 내 배송을 고령 배송원에게 맡기는 ‘실버택배’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실버택배는 타 지역 아파트 단지에도 일부 도입된 제도다. 택배 기사가 아파트 단지 앞에 물품을 하차하고, 단지 내부 가정 배송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실버 배송원들이 맡는다. 일부 택배사는 실버택배를 노인일자리 창출 등 사회공헌 사업으로 장려한다.

    업계는 양 단체의 세력 다툼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민노총 노조원의 업무 거부로 피해를 봤던 비노조 기사들이 활동에 동조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민노총 택배연대가) 배송거부와 같은 명분 없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노조 기사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화주 이탈, 고객 컴플레인 등으로 현장 혼란이 일자 다소 온건한 성향의 한노총에 동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