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이광범 대표 동반 사의 이후 경영 공백 가시화총 임원 수 9명에 사외이사·친족 빼면 2명… 실질적 1명 뿐전통적으로 임원 수 적어… 16명서 실적 악화 후 줄곧 감소
  • ▲ 지난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DB
    남양유업이 최근 경영과 소유를 분리시키는 등 전적인 쇄신에 나선 가운데 정작 혁신에 나설 내부 인사가 모자란 상황에 처했다. 오너일가가 임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 임원 수를 최소화하는 전통이 독이 됐다. 남양유업의 경영에 나설 인사가 거의 남지 않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유업은 외부수혈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한두 명의 영입으로는 경영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남양유업 등에 따르면 최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동반 퇴진하기로 하면서 내부에 남은 임원 수는 많지 않다. 직원 수가 2183명에 달하지만 임원 수가 9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임원 26명과 비교해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임원 규모가 협소한 대가는 이번 ‘불가리스 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앞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회사 비용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상태고 홍 회장의 모친 지송죽 비상임이사는 올해 93세로 경영에 나설 수 있는 연세로 보긴 힘들다. 남양유업의 쇄신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에서 친족이 경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결국 오너 친족과 대표이사를 빼고, 남양유업의 사외이사와 감사 3명을 제외하면 남은 임원은 박종수 연구소장(상무)와 이창원 나주공장장(상무)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박종수 상무는 ‘불가리스 사태’ 당시 직접 연구발표를 진행하는 등 프로젝트 핵심 인사였다는 점에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창원 상무만 유일하게 남은 단 한명의 임원이 되는 셈이다. 남양유업 이사회가 경영 공백을 우려하게 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표이사로 발탁할 수 있는 인재풀(pool)이 좁다보니 사의를 표한 이광범 대표 역시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게 됐다.

    사실 남양유업은 전통적으로 임원 수가 유독 적은 기업 중 하나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도 현시점의 임원 규모는 두드러진다. 불과 2017년만 하더라도 남양유업의 임원수는 16명에 달했지만 ‘갑질 사태’ 등으로 소비자의 불매가 가시화되면서 실적 하락과 함께 임원의 수도 빠르게 줄어갔다.

    실적 하락이 본격화된 이듬해에는 임원 4명이 나란히 사퇴, 사외이사 수가 3명으로 줄어들며 임원 수는 11명이 됐고 2019년 10명, 지난해 9명으로 줄었다. 

    임원수가 줄어가는데 반해 신규 승진이 거의 없다보니 임원의 세대교체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남양유업의 가장 젊은 임원은 홍 회장의 장남을 제외하면 67년생인 이창원 상무다. 이례적으로 77년생인 이명진 상무가 지난해 3월 영입됐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연말에 퇴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전통적으로 임원 배출이 아주 힘든 회사로 한때 ‘소수정예’로 꼽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번 악재에 임원이 부족한 상황에 이렀다”며 “주요 기업에서 차기 경영자 양성프로그램으로 임원을 체계적 육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임원 수의 부족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전통적으로 임원이 적었고 임원이 많아야 경영이 수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임원 공백이 큰 차질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