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 공격 투자삼성, 하만 인수 이후 4년째 M&A '감감'"총수 공백에 대규모 투자 지연… 기회비용 상실 이어져"재계, 文 대통령에 '이재용 사면' 요청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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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과 TSMC 등 반도체 경쟁사들이 치고나가는 상황 속에서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해 겨우 버티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영시계가 늦춰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TSMC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삼성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국력이나 다름없는 만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120억달러 규모 공장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공장에서는 오는 2024년부터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지난해 5나노 칩 파운드리 건설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공장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SMC는 일본 정부로부터 약 190억엔의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TSMC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총사업비(370억엔)의 절반을 일본 정부기 부담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TSMC와 일본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첨단 반도체의 자국 내 양산 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 TSMC는 2나노 반도체의 시험 라인을 연내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해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 상태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 1분기 129억200만달러(약 14조3018억원)의 파운드리 매출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전분기 대비 2% 감소한 41억800만달러(약 4조5537억원)에 머물며 양사간 격차는 벌어졌다. 전세계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 점유율도 직전 분기 대비 약 1%p 감소한 17%에 불과했다.

    인텔도 지난 3월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최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지역의 팹을 확대해 전 세계에 걸쳐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400억달러(약 44조6000억원)를 투입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했으며, AMD도 경쟁업체인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며 투자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춰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 소식이 없는 상태다. 삼성이 주춤한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에 맞춰 시스템 반도체 추가 투자 등의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목표로 잡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M&A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이른 시일 내 M&A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업체인 TSMC가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며 "반도체 특성상 투자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기회비용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대표들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이 부회장의 사면론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장은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5단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있는데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세계 1위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이 부회장이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건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재계 건의를 경청한 뒤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