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인력 확보 경쟁 심화, 개발자 대우 인상프로젝트 무산 및 종료시 불안정한 고용형태 개선 시급직장 내 갑질, 초과근무 등 변하지 않는 노동 문화 아쉬워
  • 올 초 연봉 인상 릴레이로 주목을 받았던 IT업계가 각종 노동문화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부터 ‘주 52시간 초과 근무’, ‘전환 배치’ 등 대형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건은 네이버에서 발생했다. 네이버 직원이 위계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네이버는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을 포함한 관련 인원 4명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네이버는 법정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노동조합의 조사까지 공개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비즈·포레스트·튠 등 3개 사내 독립기업(CIC)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시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주 52시간 한도를 피하기 위해 사내 근태 관리 시스템에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고 휴게 시간을 늘려 기록하는 등 ‘꼼수’가 동원됐다. 이에 네이버 노조 측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 측에 근무 시스템 개선 및 보호를 요청한 상황이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 2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시정 지시를 받았다. 일부 직원의 주 52시간 초과 근무, 임산부의 시간 외 근무, 연장근무시간 미기록 등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신과 일하기 싫다'란 인사평가 항목과 선별적 복지로 논란이 된 것에 이어 노동자 근로 환경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카카오의 노동문화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 측은 지적받은 사항을 시정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카카오가 성과급 이슈, 선별적 복지 등으로 노사 갈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최근 이슈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문화 이슈는 비단 포털사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게임업계 역시 최근 넥슨의 일부 직원 대기발령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현재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꾸리고 있다.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종료될 경우 해당 팀원들은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되기 위해 채용면접을 봐야 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은 통상적으로 채용면접이 필요한 인원들을 전환배치 팀에 배치시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환배치 팀에 배치된 이후의 상황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인원이더라도 팀에 배치되기 위해 다시 면접을 봐야 하는 구직자가 돼버리는 것. 특히, 일정 기간 내 전환배치에 성공하지 못한 인원은 권고사직을 종용받는 등 고용불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넥슨이 지난달 자회사 직원 16명에게 3개월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공론화됐다.

    넥슨 노조 측은 당사자의 동의 없는 일방적 조치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사 측은 발령 대상자들에게 1년 이상 정상적인 월급 지원과 타 업무 지원 기회, 월 200만원의 외부 교육 수강 비용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넥슨이나 스마일게이트처럼 노조가 있는 게임사 또는 신작을 꾸준히 출시하는 대형 게임사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고 지적한다. 자금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중소 게임사는 프로젝트가 중단됐을 때 곧바로 권고사직이 만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악습으로 자리 잡은 전환배치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사들이 전환배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거나 권고사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관리 체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노조에 속해 있는 한 게입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없어지는 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주되지 않는 부분이 문제”라며 “새로운 도전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나 R&D를 통해 프로젝트로 승격을 시키는 방향,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발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 측과 꾸준히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