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플랫폼 조직' 신설…IT인력‧사업부 인력 통합 운영국민은행, 25개 플랫폼 조직 꾸려 기획‧개발‧운영 동시 진행플랫폼 금융 大戰 승자, 금융+비금융 데이터 수집‧분석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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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플랫폼 장악’을 꿈꾸는 은행과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의 경쟁 속에 은행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측되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조직을 신설했다. 이 플랫폼 조직은 분리돼 있는 IT기술개발 인력과 사업부 인력의 통합 운영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올 초부터 내세운 '플랫폼 금융' 구축의 일환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이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고객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금융플랫폼으로의 환골탈태를 위해 사무직군과 기술직군을 한 부서에서 일하게 하는 조직 재편에 나섰다. 

    25개의 플랫폼 조직은 8개 사업그룹 내에 산재하면서 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마이데이터플랫폼단 등 6개 단 조직을 본부장급 부서로 승격시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다. 

    아울러 디지털금융그룹, IT그룹, 데이터전략그룹을 합친 테크그룹을 만들어 고객 경험혁신을 위한 기획과 개발, 운영을 동시에 진행한다. 

    농협은행도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조직과 유사한 융합센터를 만들었다. 융합센터는 특정 사업의 기획 인원과 정보기술(IT) 개발·운영 인원을 한곳에 모아 유기적으로 일하도록 한 조직이다. 우선 스마트뱅킹, 기업디지털뱅킹, 인공지능(AI) 융합센터 3곳을 구축했다.

    스마트뱅킹과 기업디지털뱅킹 융합센터는 이용자 애플리케이션(앱) 리뷰와 제안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고객 편의성을 빠르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직속의 디지털 플랫폼 추진 조직인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을 신설했다. 

    TODP 추진단은 본부장급 추진단장과 실무자 포함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추진단은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를 플랫폼에 담고 있다.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와 소비자·생산자를 하나로 연결하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처럼 은행들이 선택한 전략은 플랫폼 금융으로의 변신이다.

    아마존과 쿠팡이 소상공인들을 입점시켜 제품 판매 플랫폼이 된 것처럼 은행이 쿠팡이 되고,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에 입점하는 것이다. 은행이 제공하지 못한 서비스들은 입점한 핀테크들이 공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 역시 자신들이 금융 플랫폼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국 플랫폼으로서 더 훌륭한 역량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은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라며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 활용도 이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은행이 금융상품 제조업체에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는 ‘서비스로서의 은행(BaaS, Banking as a Service)’ 역할을 맡아 서비스 제공 대가로 수수료를 얻는 식이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형태로 자사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고, 핀테크 회사들도 지정대리인제도를 통해 금융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금융회사 중 누가 더 경쟁력 있는 금융 플랫폼이 될 것인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양사 모두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고객 접점에서도 각자 영업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사는 플랫폼 이탈을 막아 멀티호밍(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행위) 비용을 높게 가져가는데 장점이 있는 반면 빅테크 기업은 상품판매와 큐레이팅, 네트워크 효과 등 플랫폼의 본질적 요소에서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