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자' 기조 속 월말 기준 최장 상승 랠리 멈춰기업 실적 호조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주가 짓눌러"조정장일뿐 하락장 시작은 아냐"…상반기 강세였던 가치주보단 성장주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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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월 연속 상승하며 질주했던 코스피가 결국 7월 하락 전환하며 마감했다.

    증권가는 8월 증시 역시 쉽지 않은 장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들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복합화) 우려가 주가를 누르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4% 하락한 3202.32에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월말 기준 최장 상승 랠리를 멈췄다. 8개월 연속 코스피가 상승한 기록은 중동 건설붐에 한창이던 1997년과 이번 두 차례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일 '팔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연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7개월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서 총 23조9932억원을 순매도했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주식의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코스피 외국인 주식 시총 비중은 34.12%로 지난 2016년 8월 17일(34.03%)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감 등으로 인한 원화 약세 탓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자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파는 것이다. 

    중국 리스크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규제가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임을 생각하면 향후 중국 정부의 규제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조치들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제한적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외국인 수급"이라고 짚었다.

    증권가에선 8월 역시 증시 상승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출과 기업실적을 잇는 펀더멘탈 선순환이 지수 하방을 막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공포가 지수 상승을 제약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코스피는 강보합권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시장의 큰 추세를 결정하는 매크로 환경이 추가 상승을 이끌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면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경기 회복 기대는 낮아졌고, 통화정책도 불확실성이 잔뜩 끼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의 약세장 또한 예상된다.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계절적으로 8, 9월 약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지난해를 제외하곤 2010~2019년 S&P500의 8월과 9월 수익률은 각각 -0.5%, 0.3%에 불과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도 8월은 더위를 타는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8월은 한 해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익률을 보였던 달로, 올해는 경제체력 저화와 미국이라는 심장부에 혈액(유동성) 공급이 낮아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8월의 조정이 하락장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여름에는 조정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데 이는 강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과거 두 번의 강력했던 대세 상승장에서도 200일선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한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지수 전체보다는 개별 종목 위주로 투자전략을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에는 다양한 이슈와 테마가 순환 및 확산하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시장을 주도한 경기민감주의 실적 호조세 지속에 의구심 커지는 만큼 8월에는 단기적인 증시 테마의 순환을 잘 맞춰 잡아가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반기 강세였던 가치주보다 이익모멘텀이 있는 성장주 위주의 접근이 추천된다.

    김대준 연구원은 "개별 모멘텀을 보유한 성장주가 유리한 국면에 진입했다. 직전엔 가치와 성장 간 균형적 접근이 요구됐다면 이번엔 성장으로 좀 더 시각을 이동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실적회복을 주도한 경기민감 업종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주도주 자리도 성장주에 내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경기민감 업종이라도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종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대훈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와 함께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차전지와 바이오 등의 성장주와 더불어 여전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 IT부품 등의 경기민감주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