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 부산항 점유율 늘리기 움직임머스크, MSC 등 초대형선사 부산항 입항 확대공정위 8000억원 과징금 부과 예고HMM, SM상선 해운동맹 퇴출 가능성맞불 과징금, 아시아 항로 싹슬이 우려
  • 글로벌 해운 공룡들이 부산항을 노리고 있다. 공정위의 해상 운임 단합을 문제삼고 국내외 23개 선사에 과징금을 부과를 강행하자 해외 해운기업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10개 터미널에 머스크, 지중해해운(MSC) 등 세계 1,2위 해운선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양·선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머스크가 차지한 선석은 3곳, 5209TEU 규모에 달하며, MSC 역시 3곳에서 4507TEU를 싣고 내리고 있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4곳의 선석에서 5069TEU를 작업 중이다.

    세계 최상위 해운 선사들의 부산항 입항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주로 상하이-미주 노선을 운항했던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이다. 국내 해운사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이 주로 담당했던 동남아 노선에 거대 해운 공룡들이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해당 노선 비중이 큰 HMM 등 국내 해운사들의 일감을 가져가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공정위가 과징금 제재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업계는 그동안 국제적 관행으로 인정돼 온 국적선사간 운임협의를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단합행위로 몰아세운다고 보고 있다.
  • ▲ 부산신항에 정박한 해외 해운기업들의 초대형컨테이너선ⓒ연합뉴스
    ▲ 부산신항에 정박한 해외 해운기업들의 초대형컨테이너선ⓒ연합뉴스
    공정위는 한국과 동남아 노선에서 운임 관련 담합이 있었다며 해당 매출액 8.5~10% 수준의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을 업계에 통보했다. 국내외 23개 선사가 부담할 금액은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다음달 전원회의에서 이들 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심사할 예정이다.

    반면 해운업계는 소관부처인 해수부와 협의를 거쳤고 화주단체와도 긴밀히 소통했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공정위의 수천억 과징금 부과는 해운재건 정책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해운대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화주도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해외 거대 해운기업들의 반발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이들 선사가 HMM 등 국내 선사가 운항하는 아시아 노선까지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418만TEU)와 MSC(404만TEU)의 선복량은 822만TEU에 달하는 반면 HMM은 84만TEU에 불과하다. 머스크와 MSC는 2023년까지 선복량 100만TEU를 추가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만약 거대 해운 공룡들이 과징금 부과를 이유로 HMM을 해운동맹에서 퇴출시킨다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또 이들 선사를 보유한 국가에서 맞불 과징금으로 보복할 공산도 작지 않다. 

    김 부회장은 "화주로부터의 손배청구는 물론 외국선사가 공동행위를 기피하거나 국내 기항을 꺼릴 수 있다"며 "해운대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 화주도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