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만 180조 투자가석방 11일 만에 통 큰 화답사업보국 철학 계승 이어 국민 신뢰 회복 총력준법위 설치-무노조 폐기 등 '뉴삼성' 가속페달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이 역대급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코로나19 이후 미래 사업 준비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에 걸고 있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023년까지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에 240조원을 투자한다. 국내에만 180조원이 투자되고 이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만 5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지난 13일 출소한지 11일 만에 2018년 180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당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주요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이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한 각 사업부문 담당자와 연이어 간담회를 하며 논의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는 삼성그룹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사업 준비에 고삐를 바짝 조이기 위한 조치다. 회사 측이 "국내외 '비상 상황'을 감안해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경제활성화라는 중책을 떠안은 이 부회장의 고민이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규 투자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 투입되거나 고용 및 중소기업과 상생 등 국내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복귀 이후 삼성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리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선대 회장들로부터 물려받은 사업보국의 정신을 잇는 것은 물론 국민 신뢰 회복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해 단순히 '글로벌 일류' 기업의 자리에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차원 더 높이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강조했던 사안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고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라는 표현으로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선대회장들의 '사업보국' 정신을 이어받아 기업가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것이 결국 삼성을 삼성답게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이어 지난 1월에는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이 부회장의 의지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치로 준법 문화 확산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으며 51년 '무노조 경영'의 사슬도 끊었다. 

    삼성준법위는 기존에 법무팀 산하에 있던 준법감시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변경하며 독립성을 높였으며 변호사를 부서장으로 선임해 전문성을 제고했다.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전 임원들은 '준법실천'을 서약하며 적극적인 노력의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 5개 계열사 중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올해 1월 가장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삼성SDI 노사 역시 지난해 9월부터 교섭을 거쳐 지난 10일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고용·기회 창출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고용한파 속에서도 삼성은 4대그룹 중 유일하게 공개채용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삼성 14개 계열사는 지난 5월 온라인 GSAT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발표는 경제활성화에 앞장서는 등 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