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업계 "신중 처리" vs 소상공인 "조속 처리" 공정위·방통위·과기부 주도권 싸움 갈등 촉발 '3중 규제' 논란 속 온플법 연내 통과 안갯속
  • ▲ 참여연대·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시민사회단체가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 참여연대·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시민사회단체가 온플법 처리 불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각종 토론회 및 집회로 번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세 부처의 밥그릇 싸움이 온플법 논란의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외 18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법 적용 대상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공정위와 방통위가 해당 법안을 각각 내놓으면서 1년간 주도권 싸움을 펼쳤다는 점이다. 공정위 법안은 플랫폼-입점업체 사이 '갑질'을 규율하고 있으며, 방통위 법안은 플랫폼의 입점업체·소비자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 부처의 기 싸움은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로 확산되면서 법안 통과에 진통을 겪었다.

    이후 부처 간 중복 규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위와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가까스로 온플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협의 대상에 과기정통부가 포함된다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개 부처에 따른 2중 규제가 3개 부처로 늘면서 자칫 3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온플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어 2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온플법 수정안은 과기정통부와 협의 의무가 포함되면서 거버넌스가 더 복잡해졌다"며 "규제 주체가 많을수록 수검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에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소상공인 등 이해자들의 갈등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모여 출범한 디지털경제연합(이하 디경연)은 온플법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충분한 검토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규제 시도는 디지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해외 선진국의 입법 소요 시간이 평균 4년 이상인 것에 비해 6개월 만에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온플법이 무리한 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소상공인 측은 온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플랫폼사들이 공존이 아닌 자신들만의 생존을 위해 법 제정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기존 유통시장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피해는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

    플랫폼 업계와 소상공인들의 갈등은 각종 토론회 및 집회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ICT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학계 전문가들과 지난 6일 '온라인플랫폼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8일에는 '자판기에서 나온 온플법' 간담회를 열고, 법률 전문가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참여연대·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5개 시민사회단체도 지난달 29일 온플법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지난 6일 온플법에 반대하는 기업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주도권 싸움이 플랫폼 업계와 소상공인의 갈등을 부추긴 셈"이라며 "이제와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는 법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