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마다 엇갈린 판결, 경영 불확실성 키워코로나19·팬데믹 예상 못한게 경영자 책임?기업 부담 눈덩이, 100개 넘는 기업 소송 중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현대중공업 근로자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급 지급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비슷한 재판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6일 논평을 통해 "기업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며 "계혹되는 소송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사측이 승소한 2심 판결을 다시 하라는 취지다.

    소송은 지난 2012년 12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짝수 달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 700%와 설·추석 상여금 100% 등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과 앞선 3년치를 소급해달라며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는 상여금 800%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소급 지급도 주문하는 등 근로자 편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설·추석 명절 상여금을 제외한 700%만 인정하면서도, 소급 지급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신의칙 적용 여부는 통상임금 논란이 확산된 2012년 이후 꾸준히 노사 주장이 엇갈린 이슈다. 법원이 회사 재무구조와 미래전망을 판단해 지급 책임을 면제시켜주는게 정당한가를 두고서 이견이 갈렸다. 예컨대 앞선 판결에서 한국GM과 쌍용차에 대해서는 신의칙 원칙 위반을 적용해 지급을 면제해줬지만, 기아차에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라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부담이 불어날 것을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이 신의칙을 부정하면서 기존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신뢰한 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 재판 중인 기업은 현대오일뱅크, 현대제철, SK에너지 등 100개사가 넘는다.

    경총은 "대법원은 신의칙 판단 기준을 좁게 해석해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경영예측을 했다면 경영악화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면서 "오늘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급격히 변화 중이며 코로나19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와 변화가 수시로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기업 경영자가 예측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며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누적 3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움에도 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며 "조속히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을 법원이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