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4일 신년회… 코로나19 극복·활력 도모총리 참석 인사말…기업인 사기 저하 역효과 우려역대 VIP 불참 단 3차례… 소통 대신 권위 앞세워 지적도
  • ▲ 지난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 지난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경제계 최대 규모 행사인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연속 불참한다. 재임 기간 내내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셈이다. 경제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필요하면 총수를 불러들이면 그만일 뿐, 굳이 찾아가지는 않는 모습으로 소통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만 내세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3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2022년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연다. 경제계 신년회는 경제계 최대 행사로, 최태원 상의 회장이 주최하는 첫 행사다.

    올해 행사에도 문 대통령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대통령의 신년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행사 하루 전날인 3일까지도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계 신년회에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전까지 대통령 불참 사례는 단 세 번뿐이다.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아웅산 테러사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4대그룹 총수 간담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정지) 등이다. 5년 연속 불참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계 신년회는 기업인은 물론 각료와 국회의원, 주한 외교사절 등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발전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나가자고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특히 올해 행사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지속으로 침체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역대급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도약과 활력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반복되는 불참이 자칫 경제계 사기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이 소통보다는 '제왕적' 권위만 내세운다며 곱잖은 시선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보여주기 행사에는 총수들을 불러들여 들러리 세우지만, 정작 경제계가 원하는 자리에는 좀처럼 발품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민관합동 일자리 창출사업인 '청년희망온(ON·溫)' 참여기업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구현모 KT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업 참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 문재인 정부가 청년 일자리사업 성과를 홍보하고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기 위해 바쁜 총수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1일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코로나 때문에 줄어들었던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 청년 고용률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화자찬한 뒤 "이것(99.9% 고용 회복)은 양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공급)되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 ▲ 2019년 2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연합뉴스
    ▲ 2019년 2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연합뉴스
    문 정부 청와대의 보여주기 쇼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경제계와 소통한다면서 '골목상권 르네상스'를 주제로 자영업·소상공인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간담회는 소상공인이 다른 경제단체의 들러리가 아닌 주빈으로서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 대화하는 첫 번째 자리여서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는 사전 시나리오 없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당시 소상공 업계에선 이날 행사가 소통이 아닌 '쇼통'의 자리가 됐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이 만든 어용단체가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에 대립각을 세웠던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언을 사전에 검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회의가 진행돼 이렇다 할 발언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에 '(정부와 여당이) 열심히 하는 데 왜 뭐라 그러냐'고 하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올해 신년회에도 문 대통령 대신 국무총리가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당일 행사를 유튜브를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