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중공업 업종 중심 안전대책 마련 분주현대차·기아, CSO 신설 등 안전 조직 확대재계 "처벌조항 모호, 처벌강도 과도"
  • ▲ 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 시행되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 중대재해법이 오는 27일 시행되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기업들은 안전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대비에 나서는 가운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중공업·건설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 중심으로 안전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하거나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마련하는 등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분주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작업자의 위생관리, 질병 및 감염병 방치 등 직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보건기획실을 신설했다. 또한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상무보급 전체 승진 인원의 약 40%는 현장 출신으로 채웠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8월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만들었고, 동국제강도 지난해 6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동반협력실을 신설하면서 안전환경기획팀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안전생산부문장과 안전경영부문장의 직급을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격상시켰다. 

    현대차는 올해 1월1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최근 CSO직을 신설해 현대차는 이동석 생산지원담당 부사장, 기아는 최준영 대표를 각각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정부가 지난해 7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부가 지난해 7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항공업계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최근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안전보안실은 항공안전보안실로 명칭을 변경했다. 산업안전보건실과 항공안전보안실은 CSO 직속기구로 이수근 부사장이 CSO를 겸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이사회 내 안전위원회 설립을 준비 중에 있으며, 제주항공은 산업안전보건팀을 대표이사가 직접 관리하는 경영지원실 산하로 편입하고 중대재해법 관련 전담 인력도 충원했다. 

    주요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대비에 분주한 이유는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까지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처벌 조항이 모호한데다가 처벌 강도가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매출액 1000대 비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영향 및 개정의견 조사’에서 기업들의 56%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 ▲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중대재해법 시행 관련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중대재해법 시행 관련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의무 규정’이라는 응답이 29.0%, ‘의무가 모호해 현장에서 법 준수 어려움’는 24.7%로 집계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산업재해는 중대재해법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중대재해법을 정비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중대재해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기업들은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및 면책규정 마련’,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 등을 꼽았다. 

    하지만 재계의 하소연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11일 광주 서구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달 20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작업 중인 용역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열린 ‘중대재해법 시행 대비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경영책임자가 위험요인을 묵인·방치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산업현장에 여전히 재해 예방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노력이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