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입물가 4.1%↑…석달만 반등, 시차 두고 국내 영향러·우크라 전운…국제유가 120달러 가나, '공급망인플레' 가중정부, 꽃샘 추경 '16兆+α' 증액 제시…전문가 "高물가에 기름"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
    물가상승이 둔화할 틈이 없다. 안팎의 불안요인이 상승을 부채질하며 '더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선 대선을 앞둔 선심성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재정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100)는 132.27로 지난해 12월(127.04)보다 4.1% 올랐다. 수입물가지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치솟다가 유가 하락과 함께 지난해 11월(-1.0%), 12월(-2.0%) 연속으로 떨어졌는데 석달 만에 4% 넘게 반등한 것.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30.1%에 이르고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중 광산품이 9.0%,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이 5.9% 뛰었다. 지난달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평균 83.47달러로 지난해 12월(73.21달러)보다 14.0% 오른 영향이 크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수입상품의 가격변동이 국내 물가와 생산활동에 미치는 효과가 적잖다.
  • ▲ 우크라이나 군사훈련.ⓒ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군사훈련.ⓒ연합뉴스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유럽은 지리적 특성상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쟁이 나면 전반적인 에너지가격 상승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대척점에 있는 미국은 지난주 화상 면담을 통해 우리 정부에 유럽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지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발발 시 유럽의 LNG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4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한 비상조치 계획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현지 진출·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의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교역비중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긴장이 장기화하면 △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 △실물경제 회복세 제약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한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유가가 120달러에 도달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가격 급등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 곡물자원 수출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 곡물시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가속할 수도 있다. 곡물가 인상은 식음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 ▲ 추경.ⓒ연합뉴스
    ▲ 추경.ⓒ연합뉴스
    대내적으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돈풀기에 혈안인 가운데 추경이 재정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냈지만, 여야는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35조~50조원대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액에 완강하게 반대한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홍 부총리가 끝까지 버틸 경우 증액은 어렵다는 얘기다.

    쟁점은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이다. 정부는 정부안대로 1인당 300만원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1000만원, 더불어민주당은 절충안으로 500만원을 각각 주장한다. 여야는 오는 17일 홍 부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재차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여당과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프리랜서,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 등 그동안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취약업종·계층 140여만명에게 1인당 100만원 이내에서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고와 프리랜서 등은 코로나19 이후 50만∼150만원쯤의 지원금을 받았으나 지원이 간헐적이었고 대상도 일부만 해당됐다. 쟁점인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은 기존 정부안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6조원 플러스알파(+α)'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의 돈풀기가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추경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경으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칫 추경이 고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