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호주 등 임금이 물가상승률 못 따라가물가가 오르니 명목임금 상승은 ‘무의미’ 美 PIIE, 코로나19 이전 대비 낮아진 실질임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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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구인난 속에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있어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수십년만에 최고로 올랐지만 명목임금 상승률은 이를 따라잡지 못학고 있어서다.

    20일 미 노동통계국(BLS) 통계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한 미국 2월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은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임금이 제자리 수준이었지만 도시 소비자물가가 0.8% 오른 탓이다. 

    미국의 2월 민간 부문 임금은 1년 전보다 5.1% 올랐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는 훨씬 가파르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7.9%로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고 금속과 밀 등 곡물 가격도 폭등한 가운데 물가 급등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美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보고서에는 “미국의 실질임금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PIIE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1년간 미국 명목임금은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인 4.5%가 올랐지만, 물가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 실질임금은 그사이 2.4% 내려갔다. 

    영국 역시 견고한 노동시장 덕분에 실업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평균 실질임금은 2014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1월 3개월간 보너스를 제외한 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3.8% 올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조정 후의 실질 임금은 같은 기간 1.0% 하락했다. 다만 보너스를 합쳤을 때는 0.1% 상승했다.

    호주에서도 실질임금이 뒷걸음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호주 평균 임금은 2.3%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3.5%에 한참 못 미쳤다.

    독일도 지난해 실질임금이 감소한 나라다. 물가 곡선이 임금 상승률보다 위를 지나가는 것은 생활 비용이 늘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조사에서는 이미 소비자들이 물가 급등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지난달 금융지원 서비스업체 크레디트카마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분의 2는 자신의 급여가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뱅크레이트닷컴이 지난달 실시한 다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 가운데 3명(74%)은 물가 상승으로 경제적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을 체감한 분야는 식료품(81%), 휘발유(73%), 외식(57%), 소비재(42%) 순이었다.

    3월 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9.7로 201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2월 확정치(62.8)와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1.4)에 못 미쳤다.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미국의 2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0.3%로 전월의 4.9%에서 급격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