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정숙 여사 옷값, 디자이너 예우 차원서 현금 계산"현금영수증 제도 취지 무색…靑 해명 "부적절" 지적국세공무원들 황당…"암묵적 기대 있는 거래일 것"
  • ▲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현금결제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국세청 직원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에 더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다. 

    논란의 시작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박 수석은 "명인이나 디자이너 등의 작품 같은 경우엔 예우 차원에서 현금으로 계산하기도 했다"고 밝혀 화근이 된 것이다. 

    국민들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경우는 물건이나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할인을 받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판매자가 현금을 요구할 때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양측 모두 합의가 있어야 한다. 구매자는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원하지만, 판매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국세청에 현금영수증 발급거부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는 미발급금액의 20%다. 10만원의 물건을 판매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면 2만원의 과태료와 그에 따른 가산세를 내야한다.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박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한데다, 국민 정서나 사회적 분위기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영수증 업무를 주관하는 국세청은 대놓고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못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A 국세공무원은 "요새 소비자가 현금으로 사겠다고 해도, 판매자가 속 시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돌아서면 신고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라, 판매자가 먼저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B 국세공무원도 "거래수단에 따라서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암묵적으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소득신고 축소밖에 더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C 국세공무원은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이런 해명은 이를 듣고 있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가 김 여사의 옷을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현금으로 지급했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판매자 입장에선 신용카드 수수료 정도는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예우'라고 표현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복을 판매한 장인이 직접 나서 김 여사의 옷값은 현금으로 받았고 영수증을 발행해주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청와대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에 박 수석이 직접 나서 디자이너 예우 차원에서 현금 결제를 했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 

    현금영수증 제도는 지난 2005년 소득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도입 당시에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받은 국민을 대상으로 복권을 발급해 월 1회 1등 1억원(미성년자 당첨금 1등 300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등 연간 36억원의 당첨금을 주면서까지 장려해왔다. 30%의 소득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현재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도 늘어나는 등 제도가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1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고소득 전문직의 현금영수증 미발행 적발 건수는 3406건, 과태료·가산세는 총 37억9400만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이 여전히 소득축소 신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세법상 현금거래가 상대방을 예우한다는 내용은 없다. 세금전문가로서 이해되지 않는다"며 "딴 사람은 몰라도 공직자나 그 배우자가 그런 거래를 했다는 것은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이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모습"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