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우크라사태까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비상주요 기업들 경영전략 전면 재검토에 임금삭감까지 “정부, 기업 비용부담 요인들 점검해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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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속속 비상 경영체제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예측불허 상황이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 세웠던 경영전략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선제적인 구조조정 등에 돌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상태 장기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의 봉쇄 등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영 부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중인 상장 기업 대다수의 경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를 수입, 수출해 이익을 내는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 상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인상, 고환율 등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앞다퉈 비상 경영체제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4일까지 사업 부문별 긴급 사장단 회의 열어 경영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안전재고 물량을 확대하고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원화 약세와 금리 인상에 대비해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 자금조달 방안을 수립해 현급 흐름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도 긴급 사장단회의를 소집해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계열사별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원자재 수급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모니터링을 시행하는 등 원자재 수급 현황에 대한 전사적인 점검·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에서는 롯데지주가 계열사별로 환율이나 재무 등을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례로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원료 다변화와 함께 영업전략 수정에 나섰다. 기존 재고 물량을 빨리 소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는가 하면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니치마켓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식이다. 

    벌써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약 100명의 임금을 20% 삭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류비 급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라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주요 원자재인 천연고무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들의 불확실성 완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2년 하반기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환율과 물가,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 지속으로 슬로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올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원자재의 공급난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주요 수입원재료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고 침체된 해외자원개발을 다시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실장도 “기업들은 당장의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고민도 크지만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복합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원자재 가격문제 뿐만 아니라 임금, 금리, 물류비 등 기업의 비용부담 요인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