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합병 타당성 논의 시작검찰, '2012년 결정' 주장 설득력 떨어져'합병 배경 및 기대 효과' 문건, "검찰 주장처럼 이전에 결정됐다면 작성 이유 없어"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4월부터 합병 관련 검토가 이뤄졌다는 삼성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 나왔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보다 훨씬 전인 2012년을 앞뒤로 계획해 실행했다는 검찰 주장과 달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7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45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부사장 허 모씨가 출석했다. 허 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물산 합병 테스크포스(TF)에서 총괄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씨는 2015년 4월 말 합병을 검토한 것이지, 결정된 사안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합병을 검토한 이유 역시 양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이었고, TF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그동안 주장과 상반되는 진술이다. 

    검찰은 이번 재판 초부터 ‘프로젝트G’ 문건을 증거로 2012년 제일모직-에버랜드 합병부터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까지 이어지면서 계획적·조직적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논리을 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에버랜드를 제일모직 일부와 합병하고,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정반대되는 증언이 나온 만큼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한층 힘이 떨어질 전망이다.

    허 씨는 '2015년 4월 윗선으로부터 합병이 결정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아니다"며 "양사간 시너지를 고려해서 합병이 타당한지를 검토해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이 물산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TF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에서 미전실이 양사에 보냈다는 'M사 합병 추진안' 문건은 본 적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TF에서 작성해 삼성물산 사장에 보고된 '삼성물산 합병 배경 및 기대 효과' 문건을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삼성물산의 악화된 경영 현황과 중장기 성장을 위한 모멘텀이 담겼다. 당시 삼성물산은 국내 시장 침체 및 해외 사업 실패로 어려움이 지속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합병를 통한 사업 다각화 내용이 포함됐다.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 이전에 합병이 결정됐다면 이 문건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

    허 씨는 "그동안 삼성물산은 자체 성장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큰 손실 발생해 합병 통한 사업 다각화를 검토했다"며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화 하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허 씨는 또 양사간 합병을 검토하면서 대주주 지분 및 지배력 강화와 관련된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삼성물산 사내이사 및 미전실에서도 이런 내용 검토하라거나 지시한 적 있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