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4.3%..세계 1위기업 부채 비율도 최상위권..5개월 새 대출 32조 증가금융당국, 부채 연착륙 정책기조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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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수개월 간 가계 대출이 다소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은 세계 36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채의 경우 줄어들기는커녕 증가 속도가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더 빨라졌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금융당국도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바꿔 대출 규제 등을 확 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6개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레바논(97.8%), 홍콩(95.3%), 태국(89.7%), 영국(83.9%), 미국(76.1%), 말레이시아(72.8%), 중국(62.1%), 일본(59.7%), 유로 지역(59.6%)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가 경제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105.0%에서 104.3%로 0.7%포인트(p) 낮아졌다.

    다만 한국의 하락폭(0.7%p)은 영국(7.2%p), 미국(4.7%p), 일본(4.6%p), 유로지역(2.9%p) 등과 비교해 뚜렷하게 작았다. 그 결과 지난해 2분기부터 얻은 '가계 빚 세계 1위' 오명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이었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현재 116.8%로 홍콩(281.6%), 레바논(223.6%), 싱가포르(163.7%), 중국(156.6%), 베트남(140.2%), 일본(118.7%)에 이어 일곱 번째로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5.5%p(111.3→116.8%)나 뛰었는데, 이런 상승 폭은 베트남(10.9%p)에 이어 3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668조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35조8879억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32조175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엄격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5월·24조4203억원)보다도 오히려 7조7547억원 커졌다.

    기업 대출 증가액(32조1750억원) 가운데 약 77%(24조6168억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었다. 이처럼 기업 대출이 30조원 넘게 불어나는 동안 가계대출은 7조9914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경제 규모를 웃도는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금리까지 계속 뛰면, 대출부실과 같은 금융시스템 위험은 물론 이자부담 등에 소비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21일 취임사에서부터 "부채의 지속적 확대가 자칫 붕괴로 이어지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과거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추구하는 한은은 부채 연착륙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