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출장… ASML 찾아 EUV 수급 문제 논의新성장동력 위한 M&A 검토 가능성 전망이건희 '신경영 선언' 29주년… 이재용 메시지 관심국가경제 위기 속 '이재용 사면론' 목소리 높아져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에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한다. 삼성이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지 2주 만에 떠나는 출장으로, 반도체 분야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미래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국가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삼성이 대규모 투자나 M&A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방문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공정에 필수로 꼽히는 EUV 장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ASML에 더 많은 공급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7나노 이하 EUV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월하기 위해 EUV 장비 확보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에서 M&A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4일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IT에 집중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대규모 M&A가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3년 안에 의미있는 M&A 실현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AI나 5G, 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 중심으로 M&A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도 지난 1월 'CES 2022'서 M&A 관련 질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한데 이어 최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도 M&A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 4월 한 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전담 테스크포스(TF) 조직을 꾸렸다. 또 반도체 M&A 전문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코 치사리를 반도체혁신 센터장으로 영입하는 등 M&A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 동안 유의미한 M&A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던 만큼 대형 투자가 임박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방문하는 네덜란드에는 그동안 삼성의 유력 M&A 대상 후보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다.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 등이 있어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이외에 다른 국가도 찾아 M&A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삼성 AI 연구센터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출장길에 오르는 날이 공교롭게도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9주년인 만큼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경영 선언은 이건희 회장이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 7일 임원들을 대상으로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것을 이른다.

    한편,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국가경쟁력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대한 사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3일 '삼성 관계사 최고경영진·준법위 간담회'에 참석해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만남 정례화가 재판 리스크 때문에 늦춰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국민들은 코로나 이후 정말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본인들의 생활이 나아지길 바란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은 국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현재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 겪고 있는 이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중인 데다 취업제한 논란으로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이 커 재계 안팎에서는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