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FC-BGA 첫 양산… 하반기 서버용 진출제품 라인업 확대로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점유율 확대빅테크 기업들도 반도체 설계하며 패키지기판 수요 증가장덕현 사장 "'SoS' 통해 첨단 기술분야 '게임체인저' 될 것"
  • ▲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부산=이성진 기자]삼성전기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관련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사업장을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기판 개발팀장(상무)은 지난 14일 부산사업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FC-BGA는 부산, 세종,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부산이 가장 크다"며 "베트남 사업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겠지만 부산보다는 작을 것이며, 세종이 3번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C-BGA 연구개발 거점은 부산이고, 베트남은 생산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부산사업장에서 FC-BGA를 생산하고 있는 'FCB동'에는 베트남 연수생들이 오기도 한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1990년대 이후 전자부품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이 곳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이 주력이지만 1991년부터 기판사업을 시작해 1997년 BGA(FC-CSP) 첫 양산, 2002년 FC-BGA 첫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기는 30년간 축적된 설비와 공법 노하우로 미세회로 및 미세홀 구현,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절연재료 개발, 기판내 수동 소자 내장 기술(임베딩)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반도체 패키지기판(FC-CSP)은 점유율,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에는 세계 최초로 가장 얇은 두께(130㎛ 이하)의 FC-BGA를 양산하는 등 삼성전기 FC-BGA의 핵심 전략 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국내 다른 업체보다 대규모의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부산사업장은 하이엔드 제품 생산 기지로 전문화해 패키지 기판 사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해 서버, 네트워크, 전장 등 하이엔드 제품 확대로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버용 FC-BGA는 패키지기판 중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이다. 전 세계에서 하이엔드급 서버용 기판을 양산하는 업체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일부 업체에 불과하다.

    서버용 CPU·GPU는 연산처리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고성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기판 위에 여러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실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FC-BGA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많다.

    그만큼 서버용 FC-BGA는 기판의 대형화와 고다층에 따른 제품 신뢰성 확보와 생산 수율 관리가 핵심이다. 서버용 FC-BGA의 제품 경쟁력은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조 기술과 전용 설비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후발 업체 진입이 어려운 분야다.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따라 삼성전기는 고성능 서버, 네트워크, 자율주행 등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네트워크용 FC-BGA 양산을 시작했고, 하반기 서버용 양산을 통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반도체 시장은 올해 676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후로 반도체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시장은 연간 4%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패키지 기판은 올해 113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며, BGA와 FC-BGA를 합쳐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해 2026년에는 17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가 인텔, AMD 등으로 제한됐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외주를 통해 칩 생산에 나서면서 이로 인한 시장 성장도 패키지 기판 수요 증가에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차세대 패키지기판 기술인 SoS(System On Substrates)에 집중하고 있다. SoS는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기판 위에 배열해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패키지기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SoC(System on Chip)는 CPU, GPU 등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시킨 것을 말하는데, 서로 다른 반도체의 미세화 구현 한계와 공간 활용 등의 난제를 가지고 있다.

    SoS는 서로 다른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 미세한 재배선 기술로 연결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차세대 기판 기술이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로봇, 클라우드,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미래 IT 환경에서는 AI가 핵심 기술이 되면서 AI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SoS'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패키지기판 기술을 통해 첨단 기술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법인에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시작으로 3월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부산, 세종, 베트남 생산법인의 FC-BGA 시설 구축에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러한 투자 확대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패키지기판 역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기판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70만3000㎡로 축구 경기장 100개 면적의 규모와 맞먹지만, 설비 가동률은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판이 없으면 반도체를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를 제안하거나 가격을 올려서라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단기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기 측은 "FC-BGA의 갑작스러운 공급과잉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7년까지는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