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업무보고서 조기개통 거듭 주문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지연…적기 개통 난망'운정~서울역'-'수서~동탄' 별도운행시 '반쪽''광역교통망 확충'에도 금리인상 여파 직격탄
  •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안한 GTX노선. ⓒ뉴데일리DB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안한 GTX노선. ⓒ뉴데일리DB
    윤석열 대통령이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조기 개통을 다시 한번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건설업계에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남은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부동산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로 반등 시그널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국토부 '2022년 핵심 추진과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GTX A노선은 개통 일자를 최대한 당기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또한 "하루하루 출퇴근에 시달리는 수도권 국민의 절박함을 봤을 때 1~2년 당길 수 있는 건 최대한 당기고 다른 부처가 적극 협조해달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GTX를 비롯한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진행 중인 GTX A와 B·C노선은 물론, D~F노선까지 신설해 수도권 전역을 묶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A노선의 경우 국내 최초로 개통을 앞둔 광역급행철도라는 점에서 정권 초기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민심 챙기기'에 나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난 것이라는 평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장관은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부분도 필요하다면 신속 절차를 도입한다든지 해서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에 국토부는 GTX 관련 기존 일정 전체를 다시 짜기로 했다. 무엇보다 경유 노선도 그려지지 않은 D~F의 경우 현 정부 내 착공까지 진행하려면 2~3년이 걸리는 예타 일정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가 됐다.

    원 장관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1년이라도 빨리 개통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고 한 만큼 예타 면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GTX A노선은 2024년 6월 개통 예정으로, 2019년에 착공했다. 경기 파주운정에서 삼성역을 거쳐 화성동탄을 잇는 총 83.1㎞ 구간이다. B와 C노선은 각각 2019년 8월, 2018년 12월 기획재정부의 예타를 통과했으나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는 확정된 노선을 연장하고, D~F노선을 신설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의지에도 A노선 조기 개통은 걸림돌이 적잖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에 통합된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통이 늦어지면서 A노선은 2024년에 개통되더라도 당분간은 운정~서울역, 수서~동탄으로 분리 운영될 예정이다.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기존도로는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대규모 녹지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7년 시가 개발계획을 발표할 당시 완공 목표는 2023년이었다. A노선 개통 계획과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까닭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완공 예정이 2028년 4월로 대폭 미뤄졌다. A노선 개통 일정과 비교해도 3~4년 이상 지체된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완공 전에 임시정차를 하려고 해도 현행법상 안전 관련 시설을 모두 갖춰야 하는 만큼 2027년 말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열차를 세우지 않고 무정차 통과하는 것도 시 계획대로라면 2025년 말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하철도 시설을 완료하고, 열차 통과를 위한 안전성 검사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는 돼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워낙 대규모 지하 건설사업이라서 서두르더라도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교통 요충지인 삼성역에 서지 않는 무정차 통과도 이용객에게는 별 효용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 GTX A노선 6공구 건설현장. 220421 ⓒ연합뉴스
    ▲ GTX A노선 6공구 건설현장. 220421 ⓒ연합뉴스
    국토부는 삼성역을 중심으로 두 구간으로 나눠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적기 개통하더라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진척이 다소 빨라 2023년 말이면 선로와 역사 공사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분리 운영을 위해 애초 계획에 없던 열차 경정비시설을 동탄역 인근에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통 기간에 전동차 수리를 맡을 임시 정비기지가 필요해진 것이다.

    계획에 없던 시설을 설립하려면 정부 예산 편성 등과 같은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완공은 더 늦어지고, 그만큼 개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분리 운영이나 무정차 통과를 위해서는 민자사업자와 운임, 선로 사용료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두 방안 모두 민간사업자에게 탐탁치 않은 상황이라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조기 개통에 따른 기대감은 높은 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에서는 GTX 등 새로운 교통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새로운 교통망이 확충되면 중심 업무지구 및 중심 상권과의 접근성이 개선돼 직주 근접이 가능해지고 교통망을 따라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또 인구 유입에 따라 추가로 각종 인프라가 확장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격 상승 원인이 대부분 GTX 기대감인 탓에 매수세가 위축되자 곧바로 조정되는 분위기다.

    실제 GTX 개통 호재로 집값이 급상승했던 경기 화성시에서 최근 수억원씩 하락한 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금리 인상을 비롯해 부동산시장 여건이 불안정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동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평균에 못 미치는 8.13%였고, 올 들어선 7월 2주 기준 2.95% 하락했다.

    실거래가격은 2020년 11월 가격 수준으로 하락했다. 동탄역 일대 화성시 청계동에 있는 '동탄역 시범 우남 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해 7월 14억4000만원(11층)에 팔린 뒤 1년 만인 지난달 11억원(20층)에 거래됐다.

    화성시 목동 '힐스테이트 동탄' 전용 84.8㎡는 이달 9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 신고가인 9억6500만원에 비해 3억원 이상 내렸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시중금리도 급등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은이 최근 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1.75%에서 2.25%로 올랐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도 오를 예정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3%였던 2008년 12월 당시 주담대 금리는 6.81%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09년 1월 금리를 2.5%로 내렸지만, 당시 주담대 금리도 5.63%에 달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교통이 열악했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파주 지역은 조기 개통되면 소폭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하락 보합세를 유지하는 만큼 부동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