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조립, 북미산 부품 및 광물 써야 보조금 지급국내 생산 중인 전기차 사실상 가격 경쟁력 상실전문가들 "기업 뿐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적극 대처해야"
  • ▲ 서명식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서명식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이 북미에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보조금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현지 판매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표면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이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업체별 연간 20만대로 제한하던 보조금 지급 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조금 지급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정하면서 사실상 자국 산업 보호를 겨냥한 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보조금은 북미에서 조립된 차량에 한해서만 지원된다. 내년부터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에 ‘북미산' 비율이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모델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국내에서 전량 생산된다. 코나EV, 니로EV, GV60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에 따라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산 전기차를 살 때 기존보다 최대 1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 ▲ 현대차 아이오닉5 울산공장 생산라인 ⓒ연합뉴스
    ▲ 현대차 아이오닉5 울산공장 생산라인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실적을 이어온 현대차·기아는 대응 방안 찾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6, EV9 등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짓겠다고 밝힌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으로 최소 3년의 간극이 발생한다. 올해 말부터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GV70과 같은 프리미엄 라인의 수요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국가 정책적인 문제인 만큼 개별기업 입장에서 대응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칫 국내 완성차 업계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자동차업계 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FTA가 무력화되는 굉장히 무서운 법안”이라며 “향후 미국뿐 아니라 EU나 동남아 등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도 노조 측과 해외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기업과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기업들이 미국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업 동향을 분석해 세부적인 협력 전략을 공동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의 발빠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생산을 서둘러 당장 북미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보조금이 1000만원 내외라고 한다면 앞서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세제혜택 금액을 기아가 부담한 선례와 같이 회사 측의 인센티브 확대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