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심리 위축…집값 하방압력 거세질 전망청약 인기도 시들…건설사 미분양 부담 가중부동산 전문가들 "'패닉셀' 가능성은 낮아"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빙하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거래절벽과 아파트값 하락세가 동반되는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 열기가 더욱 빠르게 식어 건설사들의 미분양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거래절벽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연말까지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이미 주택 관련 지표들은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를 알리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85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된 3만513건의 28%에 그쳤다. 

    매수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7로 전주(84.4)보다 0.7p 떨어졌다. 이는 2019년 7월 8일(83.2) 이후 약 3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떨어져 전주(-0.08%)보다 낙폭이 커졌다. 특히 25개구 전체에서 아파트값이 하락했는데, 이는 2019년 2월 첫째 주 이후 184주 만이다.

    늘어난 세 부담에 호가보다 수 억원 이상 낮은 급매 거래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하락 거래가 상승 거래를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동일면적 직전 거래가격' 대비 상승거래와 하락거래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중 상승거래는 2604건, 하락거래는 2722건으로 하락거래가 상승거래를 역전했다.

    이자 부담은 계속 증가하는데 집값은 하락함에 따라 영끌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한충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대출을 많이 끼고 '패닉바잉'에 나섰던 젊은 수요자들은 그동안  세금과 이자 부담이 늘어도 집값이 그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틴 것"이라며 "하지만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이자 부담에 더해 심리적인 압박감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청약 열기도 더욱 빠르게 식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청약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의 여파로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알리는 신호가 나타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 수는 2701만9253명으로, 전월(2703만1911명) 대비 1만2658명 줄었다. 2009년 출시된 이후 전국 단위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약 수요의 감소는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건설사들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통계결과 지난 6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2만7375가구) 대비 2.0% 증가한 2만7910가구로 집계됐다. 전년(1만6289가구) 동월과 비교해서는 71.3%(1만1621가구) 늘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금리 인상 등이 본격화되면서 2021년 10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패닉셀(공황매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이자 부담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대출이 어려워서 집을 사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그동안 가계대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기에 상환 불능 같은 위험은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워낙 급격하게 오르는 경향을 보였던 기준금리가 소폭 조정돼 상대적으로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다만 금리인상에 따라 주택보유자는 이자 부담이 늘고, 임차인은 월세 등의 주거비용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시경제가 2% 이상의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패닉셀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