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가액 1만1750원으로 26일 종가 대비 29% 할인재무구조·실적 부진 속 선제적 투자 위한 ‘승부수’대주주 AK홀딩스도 투자금 바닥…유증 참여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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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이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앞선 두 차례 유증과 달리 이번에는 채무상환이 아닌 투자자금 확보가 목적인 만큼 다소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 하락에 따른 반발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적 개선세가 더디고, 채무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3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역대 최대 규모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상 주당 발행가는 1만1750원이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 등 시설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B737-8 기종 40대를 도입,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항공사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제주항공의 이번 유증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월 790억원의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한 데다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이배 대표도 6월 추가적인 유증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기대와 달리 코로나19 재확산, 고환율·고금리 등 악재로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자 제주항공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알짜 노선인 중국·일본여행 제약이 여전한 가운데 수익성 개선 이전 선제적 투자를 위해 다시 한번 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2020년 1506억원, 2021년 2066억원 등 두 차례 유증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이 증자 목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뚜렷하게 악재로 해석됐다. 회사가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뜻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증은 설비투자가 목적이므로 통상적이라면 호재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채무부담이 여전히 높고, 실적 정상화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해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863.5%로 올 들어 275.4%p 높아졌고, 차임금의존도는 50.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통주식수 확대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제주항공의 이번 유증을 통한 발행예정 주식 수는 총 2723만4043주로, 유증 이후 제주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4975만9668주에서 7699만3711주로 증가한다. 발행주식 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해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발행가액의 경우 제주항공의 지난 26일 종가 기준 1만6550원보다 29% 할인된 1만1750원으로 제시됐다. 기존 주주들은 유증 참여로 희석 효과를 만회할 수 있지만, 투자금이 부족한 경우 청약에 참여할 수 없어 최종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

    기존 주주 청약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주항공 모회사 AK홀딩스의 유증 참여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AK홀딩스는 앞서 제주항공 유증에 2020년 724억원, 2021년 899억원을 각각 출자해 지원 사격한 바 있다.

    AK홀딩스가 유증 참여 시 신주 1112만4225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현재 발행가액 기준 1308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AK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은 6월 말 개별기준 ‘0원’으로 자체적인 자금 조달 없이는 유증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주식을 대상으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채권자가 향후 제주항공 주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더 작아질 수 있다.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 유증을 겪으며 2019년 56.94%에서 현재 50.99%까지 축소된 상태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주항공 주가는 29일 오전 11시49분 현재 1만4700원으로 전일 대비 11.18%(1850원) 내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제주항공 주가는 지난 6월 리오프닝 기대감과 함께 주당 2만2000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감소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